TV 프로그램 제작의 필수 요소로 떠오른 간접광고(PPL). 극의 내용과 무관하게 등장해 흐름을 끊는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값비싼 제작비를 충당하려는 제작사에는 단비 같은 존재다. 최근에는 소비자들도 이 같은 PPL의 덕을 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PPL 상품을 보고서 그 제품의 질이나 제조사의 자본력이 일정 수준을 충족한다고 판단, 이 같은 제품을 쇼핑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인기 품목은 여성 배우들이 자주 사용하는 '화장품'
화장품은 극 전개를 크게 해치지 않고도 화면에 자주 비출 수 있어 PPL로 빈번히 등장하는 제품이다. 특히 드라마 주 시청자인 여성들의 관심 품목이다 보니 드라마에선 협찬 1순위나 다름없다.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상위 1% 로열패밀리를 연기하는 유호정(최연희 역)은 나이답지 않은 탱탱한 피부를 뽐내며 주목받았다. 유호정은 극 중 화장대 앞에서 미스트를 뿌리고 아이크림을 바르는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하며 피부관리 제품을 PPL했다.
이때 등장한 미스트는 '랑콤 압솔뤼 렉스트레 미스트 로션', 아이크림은 '랑콤 압솔뤼 렉스 트레 아이크림'으로 알려졌다. 랑콤에 따르면 두 제품은 장미 세포 추출물을 포함해 피부에 즉각적으로 수분을 공급해 주거나 매끈하고 단단한 눈가 피부를 만들어준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연일 화제가 되는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서는 예능국 쌈닭 PD 역할을 맡은 공효진(탁예진 역)의 메이크업 제품이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첫 회에서 출근을 준비하던 공효진이 차 안에서 메이크업할 때 사용한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은 클리오의 '킬커버 리퀴드 파운웨어 쿠션'으로 알려졌다. 리퀴드 파운데이션 1병을 쿠션에 그대로 담아 뛰어난 커버력과 지속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수입 자동차, 구매 직결 효과보다는 '인지도 상승' 노려
국산차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고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수입차 브랜드들은 인지도를 높이고자 예능'드라마 속 PPL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자동차는 드라마'예능에서 출연진의 주요 이동 수단인 만큼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볼보와 푸조'시트로엥, 캐딜락 등 수입차 브랜드들은 방송에 협찬하며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판매량 증가를 꾀하고 있다.
특정 차종에 대한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더 멀리 보는 전략'을 꾀한다는 것. 이들 브랜드의 지난달 누적 판매 증가율은 수입차 전체 평균인 25%를 웃돌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 드라마 '연애의 발견' '미녀의 탄생' '여왕의 꽃'에 V60과 XC60, V40, S60, S80, XC60 등 볼보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차량을 방송에 비췄다. 꾸준한 노출 덕분에 판매량도 늘었다. XC60의 올해 5월 누적 판매대수는 308대로 지난해 동기(154대)의 2배가량 늘었다. S60과 V40의 판매량도 각각 2배씩 뛰었다.
볼보차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수입차는 주 소비자가 중년층 이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젊은 층 고객들도 방송 PPL을 통해 노출된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의류'신발'스마트폰부터 라면까지, 최신 유행의 척도
PPL은동시대의 트렌드를 가장 빨리 알려주는 만큼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의 주연 배우 아이유와 김수현은 자신들이 모델로 활동하는 '유니온베이' '스베누' '지오지아' '소니 헤드폰'의 제품을 착용하고서 여러 차례 출연했다.
유니온베이의 캐주얼 의류는 2030세대에게 패션 유행을 제시했으며 지오지아 정장은 사회 초년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스베누 운동화는 2013년 론칭한 이후 한동안 '디자인은 좋으나 품질이 나쁘다'는 악평을 받고 있었으나 이번 PPL로 불명예를 조금이나마 씻어낸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6 엣지'도 프로듀사에 협찬 되고 있다. 극 중 모든 인물의 스마트폰이 해당 기종으로 같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인물들의 전화 통화 장면마다 이 제품의 금속성 뒤태가 등장해 인지도를 높였다.
올 4월 출시해 비슷한 시기 MBC 예능 '무한도전'에 등장한 농심의 '짜왕'은 그 직후 600만 개가 팔려 PPL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방송을 보고서 라면을 구매해 맛본 소비자들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다 인증샷'리뷰를 올리며 힘을 실어 줬다.
기존의 짜장 라면과 비교해 중국 음식점 짜장면에 훨씬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이에 짜왕은 지난달 말 출시 1개월 만에 부동의 1위 신라면을 꺾고 라면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늘어나는 주문에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일부 소매점에는 원하는 물량을 전량 공급하지 못할 만큼 수요가 많다. PPL을 본 소비자들이 신제품의 맛을 궁금해한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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