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함부로 손도 못 내밀겠어(악수)."
경북지역의 한 국회의원이 늘어놓은 푸념이다. 숙지지 않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악수를 꺼리는 현상이 퍼져, 함부로 손을 내밀었다간 핀잔을 듣게 되니 꽤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총선은 다가오고, 지역구에선 경쟁자들이 세(勢)를 넓혀간다는 소식마저 들리니 조바심이 나는데 감염 우려 탓에 '표밭' 관리의 최대 무기를 잃게 됐으니 그 마음이 이해도 간다.
더욱이 당대표(새누리당)가 내년 총선을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로 치르겠다고 선언한 터라 현역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여서(구체적 방식은 좀 더 지켜봐야겠으나 책임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로 경선이 진행된다 보고) 바쁜 의사일정을 쪼개 지역구를 찾지만 유권자와 최소한의 스킨십마저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악수는 인류의 오래된 인사법이지만 정치인만큼 이를 가장 잘 활용한 무리는 없다. 악수의 기원엔 여러 설이 있으나, 일부 학자는 중세 때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행한게 지금껏 전해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손과 손, 즉 신체 접촉을 최소화함으로써 서로 간에 적대적이지 않음을 나타낸 이 의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상황과 방식에 따라 존중과 성공 기원, 격려, 축하, 위로 등 다양한 의미가 보태져 일상화됐다. 어떤 땐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또 소통을 위한 최고의 비언어적 장치가 되기도 한다.
정치인은 악수를 통해 인사하고, 표심(票心)을 호소한다. 때론 합의의 상징으로 손을 맞잡기도 한다. 선거운동기간 유권자와 너무 많은 악수를 한 탓에 손목터널증후군에 걸리는 정치인이 있을 정도다.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 등 군중 속에서 정치인을 가려내는 법도 있다. 악수를 하면서 상대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가 정치인이다. 많은 사람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다 보니 다른 누가 와있는지 훑느라 눈을 빨리 돌리기 때문이란다. 손은 당신을 잡고 있지만, 눈은 다른 곳을 보며, 당신과 악수가 끝나기도 전에 다른 상대를 찾아 손을 내미는 사람, 그의 옷깃에 십중팔구 '배지'가 있다.
메르스 사태로 악수하는 것을 꺼리는 요즘, 싫다는 유권자들에게 손 내밀며 표밭을 다지기보다 공포에 휩싸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달래고, 사태 종식과 사후대책을 위해 손을 맞잡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금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
최두성 서울정경부 차장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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