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영국 정부는 이곳을 격리하기 위한 철벽을 세우고 완전히 봉쇄했다. 그렇게 전염병이 발병한 지역은 오랜 세월 지구상에서 버려지고 잊혀진 땅이 되었다. 그런데 25년 후 런던에서 다시 같은 증세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세계는 또다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봉착한다.
이때 위성을 통해 격리지역에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격리해서 버려둔 그곳에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는 방증이었다. 당국은 특수부대를 격리지역으로 보낸다. 치료약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전염병을 소재로 한 SF 스릴러 영화 '둠스데이'의 줄거리이다. 영화는 격리지역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공포와 생존본능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의 첫 영화로 평가되었던 '감기'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호흡기를 통한 무시무시한 감염 속도와 치사율 100%에 이르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수도권의 한 지역에서 발병하자, 정부는 세계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 폐쇄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 영화 또한 한순간에 격리된 도시의 일대 혼란과 대재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2013년 여름에 개봉했지만 큰 흥행에는 실패한 이 영화 속의 장면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이라는 뜻밖의 재앙과 마주한 우리의 현주소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바이러스에 대한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대응 능력과 정치인의 기회주의, 격리에 항거하는 사람들과 격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절망감과 이기심이 교차하는 인간성의 문제 등이 그렇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마라구는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에서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정체성 상실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도시인들의 시력이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폭력을 통해 인간의 한계와 구원의 문제를 그린 것이다. 메르스 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오늘, 감염 가능성을 애써 숨기는 개인이나 자가격리자의 가족조차 병균 취급하는 집단이나 그 이기심은 다를 바 없다. 건강한 이웃을 생각하는 배려와 격리라는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온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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