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미국으로 입양돼 군인이 된 강영자(캐서린 펠프스'46) 씨는 지난해 7월 주한미군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가족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에 온 뒤 강 씨는 엄마를 찾기 위해 서울과 대구를 수도 없이 오갔다.
강 씨는 1971년 12월 13일 오후 5시쯤 대구 중구 남산동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 근처에서 혼자 서성이고 있다 지나가던 시민에게 발견돼 인근 파출소로 옮겨졌다. 밤이 깊도록 아이를 찾는 사람이 없자 그날 밤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가 운영하는 백합보육원으로 옮겨졌다.
보육원 관계자에 따르면 강 씨는 '엄마와 함께 가게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개가 크게 짖어 가까이 갔는데 그 후로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엄마가 저를 보육원으로 보내려고 한 건지 정말로 저를 잃어버린 건지 저는 잘 몰라요. 개와 한참을 놀다 보니 어느새 엄마가 사라져 버렸다는 게 제가 가진 기억의 전부예요."
보육원의 기록에 따르면 발견 당시 강 씨는 성은 몰랐지만 이름은 '영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보육원 관계자는 강 씨가 말을 조금은 하는 것으로 봐 3, 4세 정도로 추정해 생년월일은 1968년 5월 13일, 성은 강 씨라고 지었다. 강 씨는 발견 당시 왼쪽 무릎에 넘어져서 생긴 흉터가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왼쪽 귀 바로 옆 볼에 까만 점을 갖고 있다. 보육원에서 한 달간 머문 강 씨는 이듬해 서울홀트아동복지회로 옮겨졌고 1972년 8월 미국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미군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강 씨는 활발한 성격에 모든 일에 의욕적으로 살아왔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양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강 씨도 군인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런 강 씨에게 한국 근무는 운명 같았다. 올 하반기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강 씨는 돌아가기 전에 꼭 엄마를 찾고 싶다고 한다. "엄마와 헤어진 지 40년이 넘었지만 나이 든 지금 제 모습이 오히려 엄마와 더 닮아 있을 것 같아요. 모습이 담긴 사진이라도, 하다못해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연락처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053-659-3333).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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