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 단락 인문학] 다윈을 통해 본 새로운 세상

열 냥, 열닷 냥, 스무 냥, 스물닷 냥 등 버는 돈에 걸맞은 옷차림으로 일하는 농장의 일꾼들이 있었다. 농장의 수확이 좋았던 어느 해, 농장 주인이 일꾼들의 임금을 올려주려 하지만, 모든 일꾼들의 임금을 올릴 수 없었기에 열 냥짜리 일꾼들을 올려주려 했다. 그러자 열다섯 냥 받는 일꾼들이 화를 냈다. 다른 임금의 일꾼들을 올려주려 해도 서로 화를 내며 반대했다. 결국 일꾼들은 스무 냥을 더 받아도 티도 안 나는, 천 냥이나 받는 작업반장을 올려 주기로 했다. 일꾼들은 뭔가 알 수 없는 허탈함을 느꼈지만, 다들 그만 잊기로 했다.(최규석의 '지금은 없는 이야기' 중에서)

우리는 연예인보다 덜 예쁜데도 내 옆의 친구를 질투한다. 세계적인 갑부는 부러울 뿐이지만, 내 사촌이 부자가 되어가는 것은 배가 아프다. 이 이유를 진화의 결과라고 이야기하면 허황돼 보일까.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같은 속의 종은 일반적으로 습성과 체질, 그리고 구조에 있어서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같은 속의 종이 서로 경쟁하게 된 경우 그들 사이의 투쟁은 일반적으로 속을 달리하는 종 사이의 투쟁보다 치열하다"고 말하고 있다. 수컷 천인조는 긴 꼬리를 좋아하는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꼬리를 다른 수컷보다 조금 더 길게 하면 되지 공작과 경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쫓길 때 토끼는 다른 토끼보다만 더 빨리 뛰면 된다, 치타만큼 빠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윈의 렌즈를 끼고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선택들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지구 상에서 매년 약 10만 명 중 한 명이 목에 걸린 음식물 때문에 질식사하는 것이 그들의 부주의 또는 먹성 때문이 아니라는 것, 불을 보면 행복해지고 불 곁에 머물고 싶고 불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무언가를 던져 넣으려는 마음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

진화에서 '자연선택'과 같은 의미로 배웠던 '적자생존'에서 강한 자는 살아남는 것이 당연한 진리인 것처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보면 진화가 오랫동안 진행된 지금은 강한 자만으로 만들어진 세상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다윈은 주어진 환경에서 다른 경쟁 형질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개체의 번식을 높여준다면, 그 형질이 어떤 형질이건 선택된다고 이야기한다. 배고픈 토끼가 용감하게 동굴을 뛰쳐나갈 경우와 소심하게 두리번거리며 최대한 참아보는 경우, 어느 토끼가 포식자로부터 도망쳐서 안전하게 자손을 만들 수 있었을까?

종의 기원을 읽으며, 이 책이 어려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지?'라는 궁금증으로 관련 서적을 찾아 읽다 보니 다윈의 시선으로 사회, 문화, 정치, 법, 예술을 바라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책은 내용의 가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함께 들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참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주미 대구상원고 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