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라시아 친선 특급 2015] 국민원정대 200여 명 '철길 대장정'

블라디보스토크∼베를린…1만2천여KM '경제 공동체' 꿈 영근다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럽의 베를린을 잇는 1만2천여km 유라시아 철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럽의 베를린을 잇는 1만2천여km 유라시아 철도.
이르쿠츠크역에서 승객들이 기차에 오르고 있다.
이르쿠츠크역에서 승객들이 기차에 오르고 있다.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럽의 베를린까지는 철길로 대략 1만2천여㎞. 경부선 길이의 30배가 넘으며 지구 둘레의 4분의 1이나 되는 머나먼 길이다. 이 길을 따라 200명의 국민원정대가 철길 대장정에 오르는 '유라시아 친선 특급 2015' 행사가 1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19박 20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통일 시대를 향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외교부와 코레일, 경북도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의 취지는 박근혜정부의 국정 과제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 찾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10월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시대의 준비다.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어 국경을 초월한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한반도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분단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 요소가 여객과 화물의 자유로운 왕래이고 철도가 그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정부의 통일 정책은 철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라시아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축이 절실한 이유다. SRX는 남북한을 잇는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는 철도다. 남한-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SRX가 현실화되면 물류, 관광, 자원 외교는 물론 남북 관계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러시아 극동 지역이 누리고 있는 해상 물류의 지리적 이점을 한반도가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산에서 유럽까지 선박으로는 30일가량이 걸리지만 SRX로 가면 이보다 10일 이상 단축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꿈만 같다. 남북한 대치국면 장기화 탓에 현재 남북을 관통하는 3대 철도망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은 모두 군사분계선에 막혀 있다.

◆21세기 신문화 실크로드 탐험의 완결편

통일의 꿈을 안고 유라시아 철길에 오르는 원정대가 의미를 부여해야 할 또 다른 대목이 있다. 바로 문화다. 경북도가 추진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국가적 문화융성사업도 유라시아 특급 열차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경북도는 '21세기 신문화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유라시아권으로 널리 전파 중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지난 2년간 '코리아 실크로드 탐험대'를 조직해 육상 실크로드(경주-시안-이스탄불 2만1천㎞)와 해양 실크로드(9개국 10개 항 2만2천958㎞)의 탐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이번 행사는 경북도의 21세기 신문화 실크로드 탐험의 완결편이다. 동서양 문명발전에 공헌한 신라의 천년문화를 재조명하고, 문화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목적이다. 경북도는 최근 유라시아 친선특급 참여자 가운데 21명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탐험대 선발을 마쳤다. 탐험대는 태권도, 탈춤, K-POP 공연 등 문화교류행사를 열고, 유적지 답사 등을 통한 거점국가 및 도시 간 문화교류를 추진한다, 또 지역별 실크로드 전문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다큐멘터리 제작, 화보 발간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실크로드는 경북이 과거 역사에서부터 걸어왔고 현재도 앞장서 걸어가고 있는 대장정"이라며 "이제 철의 실크로드인 유라시아 문화특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경북문화, 대한민국 문화 융성의 불꽃을 세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기착지마다 경제 세미나 다양한 문화 행사 열려

매일신문은 창간 69주년을 맞아 유라시아 친선 특급 행사 동행기를 소개한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국민 참가자 76명과 정'재계, 학계, 문화계 인사, 언론인 등 모두 200명이 이번 행사에 참가한다.

참가자들은 14일 서울역에 모여 발대식을 갖고 항공편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다음 이 행사를 위해 준비된 전세열차에 오른다. 국민 원정대를 태운 유라시아 친선 특급은 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예카테린부르크~모스크바를 거쳐 바르샤바와 베를린까지 달린다. 전체 일정 19박 20일 가운데 열차 안에서 머무는 일정만 7박 8일이다. 시간으로 치면 행사 일정 총 460시간 가운데 170시간을 열차 안에서만 보내는 셈이다. 그런 만큼 열차 구성도 색다르다. 침대차가 9량, 식당차도 2량이나 된다. 회의실과 프레스룸 전용 객차도 마련됐다. 달리는 숙박시설이나 다름없다.

기착지마다 동북아협력포럼, 한국기업 로드쇼, 독립유적지 방문 및 봉사활동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특히 모스크바에서는 올해 한-러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와 음악회가 준비됐다. 바르샤바에서는 유대인 역사기념관에서 과거사 화해 경험을 공유하는 세미나가 열린다. 이어 K-POP 커버댄스 공연과 콘서트 상영회가 마련된다. 31일 종착지인 독일 베를린에서는 통일 대토론회와 통일기원 행진이 펼쳐진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