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글을 쓰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머리와 가슴속 이야기를 내가 아닌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석 달간 나의 머리와 가슴속 진솔한 이야기를 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대구시립극단이 준비하던 연극 '레미제라블' 공연이 메르스로 인해 연기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물론 공연이 아예 취소가 된 것은 아니지만, 공연 준비에 오랜 기간 땀 흘리며 고생했을 배우들 및 제작진의 허탈함을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고, 기다린 공연이었기에 더욱 속상했습니다. 만든 사람들은 오죽했을까요?
공교롭게도 대구시립극단 관계자들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인해 준비했던 공연을 연기하고 한참 후에나 공연의 막을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허탈해하면서도 그 나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대구시립극단의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관에서 지원 및 제작하는 공연도 돌발적인 이유로 공연 자체가 힘들어지면 감당해야 하는 충격이 있지만, 개인 혹은 민간 극단이 준비한 작품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개인이나 민간에서 제작하는 공연의 피해는 재앙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최근 곁에서 지켜본 후배 중 한 명은 아주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연극 공연이 공연장으로부터 연기 통보를 받게 되자, 좌절감과 허탈감으로 망연자실해 외부와 스스로 단절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입소문 덕분에 무탈하게 진행되던 어느 극단의 정기공연도 메르스로 인해 관객의 발길이 갑자기 끊기자, 공연을 아예 중단하는 뼈아픈 결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겪은 곳이 비단 연극계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관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질병의 확산을 막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창작자들이 겪어야 할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열린 대구청소년연극제(5월 30일~6월 13일)의 진행 모습은 남달랐습니다. 이 행사는 중단 없이 계획대로 진행됐습니다. 열화상체온감지기와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비치하고 입장하는 관객 한 명 한 명에 대한 확인을 거쳤습니다. 그래서 관객 모두 안심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연극을 준비한 학생들과 보러 온 관객들 모두 안전하게 보호하며 창작과 감동의 결실을 지켜내는 모습이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메르스 공포가 한풀 꺾이고 있다고 합니다. 걱정해도 도통 없어지지 않던 걱정거리가 이제는 사라지기 시작한 것 같아 반갑습니다. 어서 빨리 대구시립극단의 정기공연 레미제라블도, 열심히 준비한 한 후배의 공연도, 중단된 어느 극단의 정기공연도 재개됐으면 합니다. 공연장에 많은 관객이 모이고, 공연 후 관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안건우/극단 시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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