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들은 국제 채권단의 제안에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졌다. 3차 구제금융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고, 만약 협상이 실패하면 그리스는 전면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택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국내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다만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그렉시트의 파장을 아는 만큼 결국 타결에 이를 것이고 그렉시트로 가더라도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 출렁, 단기적 파장 불가피
국내 증시는 출렁거렸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0.48포인트(2.40%) 내린 2,053.93으로 장을 마쳤다. 3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천875억원어치를,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2천172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이에 비해 개인은 4천93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25p(2.24%) 떨어진 752.01로 마감했다. 개인이 89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78억원, 2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값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5원 오른 1,12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3시쯤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919.76원으로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가보다 5.38원 올랐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고, 그렉시트까지 가더라도 국내 증시에 장기간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럽발 위기로 확대 시 소비'투자심리 위축
유럽 전체로의 수출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리스만 놓고 보면 충격파는 제한적일 수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그리스와의 교역액은 지난해 14억6천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1조982억달러)의 0.1%에 그쳤다. 교역 비중이 워낙 작아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게다가 이미 올 1∼5월 그리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급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스 사태가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유럽 금융권의 부실과 함께 유로존 전반의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유로화 약세가 우려된다. 엔저와 함께 유로화 약세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로화 약세가 심화되면 수출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그렉시트로 이어진다면 유럽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커지면서 한국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516억6천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9.0%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EU 수출액은 14.0%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리스 디폴트 발생 시 EU 수출은 작년 대비 1.4%p 더 내려가고, 그렉시트 우려가 현실화하면 추가로 7.3%p 더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을 넘어 전이 여부가 관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리스 우려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당분간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EU를 넘어 파급 효과가 전이될 경우 글로벌 경제 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다. KDI는 이날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유로존의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유지되는 한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지만 그리스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외 불확실성은 당분간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원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됐지만 2012년 그리스의 구제금융 당시보다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리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총 익스포저(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크지 않고 글로벌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유로존 은행들이 국내 투자를 급격하게 회수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한국 금융사의 그리스 외화 익스포저는 11억8천만달러(약 1조2607억원)로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스의 그렉시트 위기가 고조됐던 올해 1분기에도 외국인 투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올 1분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오히려 23억4천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정부, 비상계획 '만지작'
그리스와 제한된 교역 규모, 한국의 대외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그리스 사태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예상했던 정부는 상황이 급변하자 대비 체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리스 국민투표의 후폭풍이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과 주변국을 포함한 실물경제에 미칠 모든 가능성을 따져보면서 비상계획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은행에 긴급 유동성지원(ELA) 한도를 증액할 것인지, 독일'프랑스 등 주요 채권단의 입장이 변화할 지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기관별 비상 대응조치를 점검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계부채, 한계기업 등 국내 경제가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