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국 주도권 잡은 박 대통령…'제왕적 리더십' 부각은 부담

유승민 동정론 확산 땐 집권 후반기 순탄찮을 듯…공석 정무수석 곧 임명

새누리당 한선교, 김태환, 이한성, 배덕광 의원 등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한선교, 김태환, 이한성, 배덕광 의원 등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권고안'을 추인한 뒤 의총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심판' 등 원색적인 비판을 하면서 불신임했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사퇴함으로써 향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가에서는 유승민 사퇴 파동을 박 대통령이 '전투에서는 비록 이겼지만 전쟁에선 결국 패배한 형국'으로 풀이하고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 방향에 대해 줄기차게 쓴소리로 발목을 잡아왔다고 여긴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해 향후 정국 운영에 탄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청 관계를 수직적으로 되돌리는 '제왕적 리더십'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특히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를 낙마시키는' 상황은 유 의원이 사퇴의 변에서 밝혔듯이 법과 원칙, 정의에 부합하느냐의 관점에서 볼 때 유 의원에 대한 동정론과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될 경우 집권 후반기를 맞는 박 대통령에게 오히려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단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계기로 증세와 복지'법인세 논란, 국회법 개정안 사태 등 당청 간 엇박자와 불협화음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일정 기간 청와대의 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거나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 박 대통령이 당분간 국정 운영 주도권은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공석이 됐던 정무수석 인선도 서두르고 있어 당청 관계를 원활하게 이끌 정무수석 임명과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재가동 등을 통해 당정 관계 복원에 힘 쏟을 방침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한 만큼 정무수석 인선을 늦출 이유가 없다"며 "대통령의 여름휴가 전 정무수석 임명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에 대해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대통령의 뜻을 그대로 받들기보다는 국정의 파열음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받아들인 데다, 신임 원내지도부 선출에서도 친박계의 공세에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는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전보다 상당히 약화된 친박 세력이 비박계와 공천권 등 권력 구도를 두고 더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점에서 당의 일치된 뒷받침을 통해 국정 운영을 주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박계가 또다시 원내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친박계와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김무성 대표와 함께 언제 다시 수평적 당청 관계를 내세워 청와대와 각을 세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에 대한 동정론과 함께 박 대통령의 '누르기식' 당 장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숙지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은 장기적으로는 이전보다 더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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