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전기 '완성車' 독립…기계산업 부활 청신호

Kdac, 핵심부품 'VCU' 기술개발 성공 의미와 파급력

대구
대구 '전기차 테마 클러스터' 사업이 2년차에 접어든 현재 Kdac이 전기차 핵심 부품인 차량제어장치(VCU)의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Kdac이 2013년 자체 생산한 소형 고속 전기차 'MEV' 모습. Kdac 제공

Kdac(옛 한국델파이)과 대구경북 관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 테마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최근 전기차 핵심 부품 중의 하나인 차량제어장치(VCU'Vehicle Control Unit))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본지 23일자 1면 보도)

대구시가 전기자동차 사업을 지역 신규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하면서 대구경북 기계산업의 전성기가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시는 대기업의 협력사로만 존재해 왔던 지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지역산 전기차 사업에도 뛰어들면 앞으로 지역산 완성 전기차와 전기차 전용 부품을 수출하는 등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자동차 클러스터. 2년간 전기차 생산 기반 확보 목표

대구시,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과 대구경북 중소'중견기업은 지난해 8월부터 2년 동안 산업통상자원부 지원(국비 약 10억원)을 받아 전기자동차 테마 클러스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여 개 대구경북 중소 자동차부품기업과 자동차부품연구원,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부 등이 힘을 합쳐 내년 7월까지 '오리지널 보급형 전기차' 부품과 모듈, 차체 생산 체계를 만든다. 대구경북의 기계'IT 관련 중소기업들이 완성차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양산한다는 목표다.

자동차부품 전문업체 Kdac은 전장과 조향장치, 브레이크 등 각종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온 능력에다, 2013년 전기자동차 설계 전문업체 'IT 엔지니어링'과 함께 보급형 소형 고속 전기차를 자체 개발한 경험을 살려 전기자동차 테마 클러스터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Kdac은 최근 전기차 핵심 부품인 VCU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올 하반기부터 이를 차량 탑재용 VCU 칩에 반영해 제작할 예정이다.

일종의 전자 두뇌인 VCU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전자제어장치(ECU'Electric Control Unit)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전기차의 출력을 제어하며, 조향'제동'공조장치의 제어기들을 동시 제어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배터리 잔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에어컨, 오디오, 와이퍼 등 여러 부품을 동시에 작동할 경우 에너지가 부족해 차량이 정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만큼 부품별 작동 균형을 적절히 제어해 최적의 운전 환경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다른 20여 개 중소 자동차 업체가 생산할 전기차 전용부품들을 한데 모아 이르면 2018년쯤 전기자동차 테마 클러스터에서 보급형 완성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장점 극대화 한 '오리지널 전기차' 생산

산단공과 Kdac 등이 함께 구축한 '전기차 클러스터'는 기존 차 부품을 개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직 전기차를 위해 필요한 부품들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미국에서 2003년 창업한 전기차 전문 기업 테슬라 모터스는 내연기관 차를 개조한 차가 아니라 '내연기관 차를 대체하는 오리지널 전기차'를 생산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기성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자동차를 '친환경 소형 자동차'라는 콘셉트로 개발한 것과 달리 테슬라 모터스는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한 뒤 전기차의 장점을 극대화해 고급화하는 틈새전략을 택했다. 이 기업은 올해 1분기에만 전세계에서 1만여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반면 국내 업체 가운데는 전기차만을 위한 생산 라인을 갖춘 곳이 없다. 기아 레이-EV, 쏘울-EV 등 국내 양산형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에서 엔진을 들어낸 채 그 절반 크기의 모터를 집어넣은 구조다. 이 탓에 엔진룸에 불필요한 공간이 남아 있어 사고 시 충돌 에너지를 분산하지 못해 그 충격을 그대로 운전석까지 전달할 우려가 있다.

기존 차의 무거운 차체 또한 단점이다. 전기차의 최대 주행 거리를 늘리고자 싣는 고성능 모터와 대용량 배터리의 무게가 오히려 구동 효율을 낮추다 보니 전기차 전용으로 새로 설계된 차체 부품이 필요하다.

클러스터는 참여 업체의 전기차 관련 지식'기술력을 키워 주고자 정기회의와 기술세미나를 열고 있다. 해외 완성차'전기차 업체에 견학을 가거나, 각 업체에 전기차 관련 최신 기술 전문가 및 연관 업체를 연결하는 등 신기술에 대해 활발히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계명대와 자동차부품연구원,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등 학문'연구기관도 전기차 전용 경량 차체와 부품 등을 새로 설계하고 있다. 계명대는 내연기관 차에 익숙한 업체들이 전기'전자 부품 관련 기술과 오류 등에 익숙해지게끔 기술 교육을 한다. 이를 통해 탄생할 오리지널 전기차는 전기차로서의 장점을 극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생협력 통해 중소기업 자생력 키운다

전기자동차 테마 클러스터의 최종 목표는 대구경북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오리지널 전기차 생산 플랫폼'을 스스로 만들고 이를 통해 완성차를 양산함으로써 다함께 자생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자동차'기계부품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는 이유다.

기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협력업체로서 존재할 뿐 자체 사업을 펼치기 어려웠고, 사업 규모를 확대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반면 클러스터 참여 업체들은 서로 간의 네트워크를 거미줄처럼 촘촘히 갖추며 수평적 구조로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고수하는 원청-하청 구조에 얽매지 않고, 의견 개진이나 부품 제조'공급 과정에 있어 모두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

덕분에 앞으로 전기차 양산을 시작해도 참여 업체들은 지역산 완성차용 부품뿐 아니라 해외 업체의 전기차 부품을 납품하는 등 다른 사업에도 나설 수 있다. 산단공은 앞으로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전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전기차 전문 기업'도시'로 인식될 것이라 보고 있다.

조호철 산단공 대구지사장은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에 기반한 네트워킹을 통해 협력 기반을 만드는 만큼 업체들이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사업이 끝날 즈음에는 여느 중견기업에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역량을 갖출 것"이라며 "과거 국민들이 '섬유' 하면 대구를 떠올렸듯, '전기차' 하면 대구를 떠올리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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