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허울뿐인 신변안전조치에 억울하게 숨진 주부

경찰이 27일 새벽 대구 서구의 한 주택가에서 피살된 40대 여성의 신변 보호 요청을 사실상 외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역시 사건 발생 전, 경찰이 두 차례나 용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경이 사안의 중대성을 소홀히 취급하는 사이 두려움에 떨던 여성은 결국 살해됐다.

경찰의 '보복 범죄 방지를 위한 신변안전조치제도'는 허울뿐이었다. 피살 여성은 용의자로부터 상습적인 협박전화와 문자에 시달리다 한 달여 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달 13일 살해 용의자를 불러 조사한 후 협박 혐의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강수사를 지시했고, 경찰은 용의자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내용을 분석해 이달 중순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피살 여성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피살되기 전까지 몇 차례 안심귀가 서비스 외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신고로 인한 보복 범죄였을 개연성만 키웠다.

경찰은 올해를 '피해자 보호 원년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한 보복, 협박 사건에 대해서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별도 관리 및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피해자 전담 경찰관을 통해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상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경찰서 보복 범죄 방지 심의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변 보호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 범죄의 위험성이 있는 여성은 신변 안전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피해자 보호 원년의 해'는 공염불이 됐다. 이 제도는 불안을 느낀 피해자가 보호를 요청하고, 실제 보호를 받았을 때 유효성이 입증된다. 그런데도 정작 피해자가 요청했을 때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전시용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사건 같은 협박 범죄는 매년 수만 건에 이른다. 경찰이 이 모든 사안에 대해 일일이 관리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신고하고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이를 방치해 피해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검'경은 사건을 들여다보는 혜안부터 키워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