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현행 국회의원 정수(300명)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그 방법이 문제다.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조정하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한 것이다.
중앙선관위 권고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권당 대표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중앙선관위 권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포함, 국회의원 수를 369명(지역구 246, 비례대표 123)으로 늘리자고 했다. 이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하라는 선관위 권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행 의원 정수를 유지하라는 권고는 쏙 빼먹었다. 모두 제 편한 대로 중앙선관위 권고를 취사선택한 것이다.
두 번째로 김 대표의 발언은 현역 의원. 특히 도시 지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란 점에서 더 큰 문제다. 김 대표의 복안대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수를 조정하면 도시 지역 지역구는 늘어나는 반면 농어촌 지역구 감소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역구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축소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농어촌 지역구는 경북 2석을 포함, 전국적으로 8석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헌재의 판결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지역구 수를 늘려도 농어촌에 돌아갈 의석은 없다.
이러한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위기를 해소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농어촌 지역을 더 배려하는 것이다. 헌재 판결에 따라 농어촌 선거구가 감소하는 것은 막기 어렵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활용하면 그나마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국민의 뜻대로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고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위기를 해소하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이런 두 가지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당은 의원 정수 늘리기에, 여당은 도시 지역 의원의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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