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가 대구에 생긴 지 10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센터요원들과 선진지 견학을 위해 일본 오사카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간사이공항에 도착해서부터 낯선 편의시설과 마주치게 되었다. 에스컬레이터가 휠체어 장애인을 위해 세 칸이 동시에 같은 높이로 작동을 하여 휠체어장애인도 아무런 불편 없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연수단은 오사카 시내는 물론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해 264만㎡ 부지에 건립한 신체장애인요양시설과 종합복지시설 고베행복촌(시아와세노무라)과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완벽하게 설계 건축한 국제장애자교류센터(빅-아이)를 방문해 장애인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오사카 사카이시에 위치한 빅-아이는 장애인 스스로 개최하는 국제교류활동이나 예술, 문화활동의 장소로, 1천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홀은 휠체어 300대까지 수용 가능한데 바닥 높낮이 차를 조정할 수 있는 승강바닥시설을 완비해 전'수동 모든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다목적홀은 1년에 120일 정도 대관이 이루어지며, 특별한 점은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문자입력이 가능하고, 저시력장애인을 위한 클로즈업 바스트샷을 볼 수 있는 스크린도 갖춰져 있었다.
또한 다목적홀 옆면의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용도 이외에 방화,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한 메시지가 나오는 기능을 갖추는 등 모든 장애유형을 골고루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편의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인 장애인화장실도 우리나라 규모(1.4m×1.8m)보다 공간(2.0m×2.2m)이 넓었고, 여성 장애인화장실도 12개의 화장실 칸 중 6개가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넓은 공간이었다. 또, 지팡이를 잠깐 끼워놓을 수 있는 세면대, 핸드워시, 기저귀를 갈아 채울 수 있는 간이침대가 갖춰져 있었다.
한편 견학 도중 실수로 누른 비상벨 소리에 1분도 채 안 되어 달려온 직원과, 여러 가지 장애유형에 대응한 설비를 갖추는 등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임산부, 비장애인들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감명을 받았다.
나라, 교토의 사찰이나 고궁에서도 장애인을 비롯한 임산부,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접할 수 있었다. 심지어 대웅전 법당 안까지 경사로가 이어져 있는 걸 보고 우리나라의 편의시설 실태와 비교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편의증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건축주와 건축사 일부조차 편의시설을 피하고 싶은 돈 먹는 하마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는 2004년 개소 이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무장애도시를 만들어간다는 사명감으로 도면협의부터 준공검사까지 건축사, 공무원들과 함께 편의시설을 점검, 수정, 확인하는 업무를 해오고 있는데, 매번 출입구의 장애인 접근로와 장애인화장실 등에 민원을 받고 있다. 편의증진법에 명시된 스펙에서 1, 2㎝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대다수 공공건물은 그 이상의 여유를 두고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다.
끝으로 특성화한 장애인시설뿐만 아니라 현지의 사찰, 공원, 공공건물, 심지어 소규모 음식점에도 다목적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하여 영유아와 여성, 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고, 대중목욕탕시설에도 아무런 제약이나 편견 없이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는 모습을 보았다. 법률적인 강제에 의한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소비의 주체로 보고 일상생활 속에서 필요한 시설을 대구광역시부터 유니버설 디자인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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