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노동개혁의 전제조건은 정부의 고통 분담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 완수에 전력투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6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의 절반 가까이가 노동개혁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임기 후반기의 성패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재도약 여부를 좌우할 절박한 과제로 본다는 것이다.

모두 공감하는 정확한 인식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노동개혁은 노동자의 희생을 수반한다.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인 임금피크제는 자녀의 교육이나 결혼 등 한창 돈이 많이 필요할 때 급여를 줄임으로써 큰 고통을 안긴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자유로운 해고란 뜻이다. 이는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않으면 실직의 장기화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에 대한 보완책이 없는 노동개혁은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노동계에 양보만 요구해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박 대통령은 실업급여 지급액을 올리고 지급기간도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실직 후 재취업이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느냐이다. 이런 구조로 노동시장이 재조직되지 않으면 실업급여 제도 개선만으로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연내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공무원의 임금체계도 개편하겠다고 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무원이 동참하지 않는 임금피크제는 민간 부문 종사자의 일방적 희생을 의미할 뿐이다. 공무원에게도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언급한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이 그런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지는 불분명하다. 또 추진 중인 민간기업 대상의 '저성과자 해고제도'에 따른 고통 분담으로 공무원의 정년보장 제도도 폐기해야 한다. 민간기업에 해고 요건을 완화해주는 만큼 공무원에게 같은 기준과 제도를 적용하라는 것이다.

관건은 이런 개혁을 밀어붙일 의지가 있느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실종은 그런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공무원의 반발이 무서워 고통 분담을 외면한다면 노동개혁은 필패다. 그것은 다른 부문의 개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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