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즐거운 이유는 색다른 체험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야외 활동도 좋고 시원한 물가에서 물놀이하는 추억도 기억에 남겠지만, 색다른 곳에서 자보는 것 또한 체험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호텔, 펜션, 민박집도 많고, 요즘은 캠핑이 유행하면서 텐트에서 자는 사람들도 늘어났지만, 올 휴가에는 온 가족이 함께 고택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우리 전통 한옥의 멋에 흠뻑 젖어보자. 대구경북에는 한여름 밤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고택이 많이 있다.
◆추억을 만드는 고택 체험
서울에 사는 이충원(53) 씨 가족은 이번 여름휴가 행선지를 '경주'로 정했다. 장모님과 처제 네 가족까지 모두 8명의 대가족이 하룻밤을 보낼 곳을 찾던 이 씨가 발견한 것은 바로 고택 체험이었다. 이 씨 가족이 묵기로 한 곳은 경주시 서악동의 도봉서당 연어재였다.
"'한옥'이라는 게 저희 세대에게는 각자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요즘 아이들이 한옥을 체험해 볼 기회도 거의 없으니까, 새로운 경험이면서 추억이 될 것 같아서 고택 체험으로 정했습니다." 숙소를 고택으로 정하고 나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화장실과 수도가 방과 떨어져 있고, 방이 좁거나 낡아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깨끗하게 정돈된 방과, 숙소 주변 무열왕릉을 비롯한 고분과 숲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본 뒤 그간의 걱정을 싹 날려버릴 수 있었다. 처제 이연희(47) 씨는 "한옥에서 묵을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 데다 시설이나 방이 굉장히 깨끗해 만족스럽다"며 "숙소 뒤편의 솔숲과 맑은 공기와 함께 보내는 한옥에서의 하룻밤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이충원 씨 가족은 1박 2일 동안 경주의 여러 유적지를 돌아보며 많은 추억을 만들어 나갔다.
이 씨는 "하룻밤을 조용히 묵으면서 사색을 즐기고 자연을 벗 삼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고택이더라"며 "도시의 아파트와 같은 편리함에 익숙했던 아이들도 새로운 경험이자 추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문화가 있는 고택 체험
고택에서는 숙박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안동시 서후면 '이상루 고택'에서는 '고택에서 풍류를 즐기자'는 주제로 음악회가 열렸다. 고택 음악회는 고택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안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고택 숙박체험과 전통문화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 지역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고택 음악회가 열린 이상루 고택은 경북 지역에 세워진 재사(조상들의 묘소 앞에 건립되어 제사를 준비하는 건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각 부분이 용도에 따라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건물로 안동 김씨 종중에서 관리한다.
이날 공연은 아모르합창단원들이 준비한 합창과 플루트 이중주 공연을 비롯해 시 낭송 퍼포먼스, 민요와 한국무용 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색소폰과 오카리나 연주, 합창 등은 관람객들이 모두 알 만한 친숙한 곡들을 선보여 고택 음악회를 찾은 관광객들과 지역민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안동은 이상루 고택 이외에도 안동 국악단이 주관하는 고택 음악회가 한 달에 한 번씩 관광객들을 찾아간다. 15일 오후 8시에는 가산서당에서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라는 주제로 공연이 펼쳐지며, 다음 달 19일 오후 7시에는 수곡 고택에서 '재즈가 흐르는 수곡 고택'이라는 제목으로 음악회가 열린다.
◆고택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고택은 거의 대부분이 목조주택이다. 따라서 화재에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금연이며, 지정된 장소 이외에는 취사나 불을 피우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자칫 옛 생각에 모깃불을 피우려고 시도했다가는 제지를 당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지정문화재이기 때문에 파손에도 유의해야 한다. 또 고택의 위치가 대개 주민들이 사는 마을 안에 있고 문화재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이기에 음주와 고성방가 등 품위를 떨어트리는 행동이나 심한 노출 등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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