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남산2동의 한 작은 텃밭. 주택 사이에 자리한 텃밭에는 고구마와 수박, 돼지감자 등 각종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바로 옆집의 주민이 밖으로 나와 작물을 살피면서 물을 주는 등 열심히 키우고 있었다. 이 주민은 "텃밭에 작물을 심고 기른 지 2년째다"며 "원래 폐가였던 이곳이 텃밭으로 바뀌고 난 뒤 미관도 개선되고 이웃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로 변화해 다들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흉물로 방치돼 있던 폐'공가가 주민들의 친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지역 내 폐'공가는 2천806곳으로 주택가 등 도심 곳곳에 방치돼 주변 미관을 해치고 있다. 주민들은 방치된 폐'공가로 인해 자칫 범죄가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8개 구'군과 함께 폐'공가를 주민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소유자 승낙을 받아 철거 후 주차장, 텃밭, 쌈지공원 등 공공용지로 조성하고 있다"며 "3년간 인근 주민에게 빌려주는 무상임대나 유상임대 방식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4억원을 들여 33곳의 정비를 거친 결과 주차장 21곳, 텃밭 6곳, 쌈지공원과 운동시설, 녹지 등이 대구 도심 곳곳에 조성됐다. 시는 지난해 폐'공가 전수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폐'공가 사업은 우선 주차장이 부족한 주택단지의 숨통을 틔워준다. 지난해 달서구 상인동의 한 곳은 615㎡의 넓은 공간을 주차장으로 변모시키면서 20면의 주차장이 생겨났다. 웬만한 사설 유료주차장 규모다.
주차장과 달리 텃밭으로 변한 곳은 주민들의 정성이 더해지면서 각종 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남산동의 한 폐가는 텃밭으로 바뀐 뒤 부녀회가 절반의 공간을 운영하면서 작물들을 인근 경로당 어르신께 나눠 드리고 있다. 윤경애(56) 씨는 "주민들과의 유대관계도 생겨난다"며 "폐가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분위기가 나빴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방치된 폐'공가 수가 많아 모두 정비하기는 쉽지 않다. 시는 올해 총 60곳의 폐'공가를 정비할 계획이지만 전체 2천800여 곳 가운데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민들 반응이 상당히 좋지만 예산을 모두 편성하기 어렵고 건물주를 찾아 동의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며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많거나 꼭 필요한 곳을 찾아 점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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