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0년 전 매일신문 사설 "동경 135도 표준시 적합"

박정희정부 법률 제정 때 본지 내용 그대로 인용

본지 1961년 5월 14일 자 1면 매일춘추란에 표준시에 관한 사설을 쓴 이재인 씨.
본지 1961년 5월 14일 자 1면 매일춘추란에 표준시에 관한 사설을 쓴 이재인 씨.

"북한이 표준시를 독자적으로 바꾼 것은 국제적으로 더 고립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북한이 표준시 변경을 선언하면서 '한반도 표준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현재 표준시가 일제강점기 잔재인 만큼 30분 앞당긴 대한제국 표준시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표준시는 각 국가별 기준 시간으로 한반도 표준시는 격동의 역사만큼 혼란(?)을 겪어왔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시는 지난 100여 년간 무려 4차례나 바뀐 전력을 갖고 있을 정도다.

'표준시 논란'이 일면서 50여 년 전 매일신문의 사설 한 편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설의 제목은 '썸머(서머) 타임에의 대안'. 당시 사용하고 있는 대한제국 표준시가 현실에 맞지 않는 만큼 국제적 기준에 맞게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표준시로 복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제국 표준시는 한반도를 지나는 자오선(지구 상에서 북극과 남극을 동시에 지나는 선)인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하며 현재 사용하는 표준시보다 30분이 빨랐다.

당시 사설을 썼던 이재인(81) 전 매일신문 기자는 "국제적 기준으로 통상 표준시는 국가별 통일성을 이유로 1시간 단위로 정해진다"며 "대한제국 표준시를 사용하던 당시 항공기나 선박 등은 모두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표준시를 사용해 결론적으로 한 국가에서 두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독자적인 표준시가 아무리 정당성을 갖더라도 국제 기준에 맞지 않으면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고 특히 여름철에는 폭염 시간대가 빨라져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등 혼란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사설 내용은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삼는 것이 항해, 항공, 기상관측 등 국제 흐름에 맞는 선택이며 서머타임의 대안으로도 적합하다는 내용이었다. 사설은 상당한 공감대를 불러왔고 결국 정부는 표준시를 국제 기준에 맞는 동경 135도로 변경했다.

1961년 8월 10일, 박정희 군사 정부는 표준시 변경에 대한 법률을 제정했고 제안 이유로 매일신문 사설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이 씨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사용하던 북한이 갑자기 대한제국 표준시로 돌아가면 남북한 간 혼란이 더 가중될 수 있다"며 "우리는 7시지만 북한은 6시 30분이 되는 만큼 남북 교류에도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민국 표준시 변천사는 다음과 같다.

대한제국이 1908년 2월 주권 강화의 목적으로 '대한제국 표준시 자오선'을 공포했지만 불과 3년 뒤인 1912년 1월 조선총독부는 동경 135도를 우리나라 표준시로 변경했다. 또 해방 이후 이승만정부는 일제강점기 잔재 청산을 이유로 1954년 3월 대한제국 표준시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7년 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현재의 표준시로 복귀했다.

이 씨는 "현재 사용하는 우리 표준시가 일제 잔재라며 북한의 표준시 변경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지내온 사람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무조건 일제 잔재라며 청산 대상으로 삼는 것 또한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표준시 혼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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