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매일신문 1면을 통해 호털인터불고 대구의 매각 관련 소식이 전해졌다. 대구를 대표하는 호텔 매각 소식에 지역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 같아 안타깝고 허전한 마음이 든 것은 기자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불과 나흘 뒤 부산일보 1면에는 '신세계, 센텀에 특급호텔'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센텀 주변의 복합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에 호텔까지 지어 새로운 부산의 명소로 키운다는 소식이었다. 대구와 부산의 모습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10여 년 전만 해도 달랐다. 부산에 사는 친척들이 올라오면 꼭 들러보는 곳이 대구에 있는 백화점이었다. 이들을 안내해주고 옷이라도 하나 얻어 입을라치면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던 기억이 난다. 10년 사이 대구 유통이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 이웃 부산뿐 아니라 타 시도는 유통을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서울'경기도, 경남 지역은 롯데와 신세계 간의 아울렛 경쟁이 불붙으면서 외지 관광객은 물론 해외 관광객까지 모여들고 있다. 최근에는 전라도, 강원도를 비롯한 다른 시도에서도 아울렛 유치를 위한 경쟁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부산의 경우 부산프리미엄 아울렛 프로젝트를 통해 2013년 부산시 기장군에 신세계 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섰으며, 지난해 12월에는 기장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의 동부산 롯데아울렛이 아시아 최대 규모로 문을 열었다. 두 아울렛은 부산'경남지역의 새로운 쇼핑 명소로 떠올랐다. 쇼핑객 증가로 인근 명소와 맛집, 상가들까지 번성하고 있고, 특산물 코너와 지역 브랜드들이 입점해 윈윈 효과를 내고 있다. 2008년 개점한 김해 롯데 아울렛 역시 매년 두 자릿수 신장을 기록하면서 2013년에는 매장 확장 공사를 진행하였고 지난해에는 워터파크까지 개장하면서 쇼핑몰과 워터파크가 결합한 새로운 유통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급기야는 대구경북 쇼핑객들의 마음마저 빼앗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고객 분석 자료를 보면 부산'경남 고객을 제외한 타 시도의 고객 매출이 10%를 넘어섰다.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역시 타 시도 고객의 비중이 17% 이상이다. 문제는 이 중 약 4% 이상이 대구지역 고객이란 점이다. 지역 유통이 고객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부산에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다.
신세계 아울렛 관계자에 의하면 "대구나 포항, 구미를 비롯한 경북 고객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막상 고객 자료를 분석해 보니 대구와 인근지역 고객이 눈에 띄게 많았고 또한 구매력도 높았다"고 했다.
대구는 어떤가. 2011년 롯데몰 이시아폴리스점을 열었지만, 프리미엄 아울렛이 아닌 일반 아울렛이었다. 당시만 해도 전국적으로 프리미엄 아울렛은 2, 3곳에 불과해 롯데몰 이시아폴리스점이 지금의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개점을 하였다면 부산'경남이 아닌 대구가 오히려 쇼핑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다행히 내년에 신세계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개점을 한다. 전국 유일의 기차역과 시외버스터미널 결합 모델이며, 백화점은 물론 아쿠아리움과 테마파크 등 지금까지 지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콘텐츠가 보강된다.
비슷한 규모인 센텀시티점의 경우 연간 약 1천700만 명이 방문하였으며, 500만 명은 타 지역 고객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어 이곳 역시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자리뿐 아니라 대구지역 법인화에 따른 세수 증가 역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다. 대구경북 특산물과 전통시장 등과의 상생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대형 쇼핑몰을 통해 특산물 판매코너를 운영하고 수익 증대와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판로도 구축할 수 있어서다. 1년여 남은 기간 동안 대형유통업체와 지역의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고 서로가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구 유통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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