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여성 항일투사, 이 열두 분뿐이랴

만주·하와이서 열혈 투쟁, 서훈 안 된 여성도 수두룩

영화 '암살'에서 그려진 것처럼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은 '광복의 밑거름'이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아내와 어머니, 딸로서 한 가정을 일궈오면서도 남편과 시부모, 아들을 따라 독립운동을 지원하거나 직접 항일투쟁에 나섰던 대구경북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 출신 독립유공자는 모두 12명이다. 만주로 망명해 의열투쟁을 펼친 남자현(영양) 애국지사를 비롯해 하와이로 건너가 여성단체를 이끈 이희경(대구), 3'1독립만세에 나선 김락(안동)'윤악이'신분금(영덕)'임봉선(대구), 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이끈 유인경(성주), 한국광복군에 입대한 김봉식(경주)'민영숙(상주)'전월순(상주) 지사 등이다.

남자현 지사는 여성독립운동가 가운데 가장 높은 2등급(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은 열혈 투쟁가였다. 1930년대 노동운동으로 일제에 저항한 이효정'이병희 지사도 안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락 지사 경우, 1910년 나라가 망한 뒤 시아버지가 24일 단식 끝에 순국하고, 남편과 두 아들도 독립운동을 이어나가다 사망하거나 일제에 붙잡혔다. 3'1만세운동 당시 김 지사는 안동 예안면 만세운동에 나섰다가 붙잡혔고, 취조를 받다가 두 눈을 잃는 참극을 당한 뒤 67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서훈은 되지 않았지만 항일투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도 있다. 혈서 깃발을 들고 3'1운동에 나선 김정희(영천), 남편과 함께 자정순국한 권성, 1920, 30년대 여성단체 근우회를 조직하고 이끈 정칠성'백신애'이춘수, 안동 풍산소작인회 집행위원 강경옥, 남만주에서 무장항일투쟁을 전개한 김노숙 애국지사 등이 바로 그들이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나라 찾는 일에 나섰거나 만주로 망명,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특히 애국지사들과 함께 만주로 망명한 여성들은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석주 이상룡의 부인 김우락'손부 허은, 김동삼의 부인 박순부'며느리 이해동, 신흥무관학교에서 활동하다 병사한 남편 배재형을 따라 자결한 김 씨 부인을 비롯해 조국 광복을 위해 독립운동가를 보필하며 다음 세대를 길러낸 이름 없는 여성들도 많았다.

김희곤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은 "경북은 유교적 전통이 강해 독립운동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유공자로 서훈 받은 여성이 전국 여성 포상자 233명 가운데 12명에 불과하지만 전통의 덕목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조국 광복에 밑거름이 된 여성이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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