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징검다리를 밟으며 시냇물을 건너가는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눈이 징검다리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뇌는 즉각적으로 신호를 보내 몸의 균형과 동작을 지시합니다. 아무리 첨단 로봇이라고 해도 과연 이런 동작을 따라할 수 있을까요? 그 정교하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21세기 최고의 연구과제로 손꼽히는 '뇌과학'(또는 뇌신경과학).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사람의 뇌는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김경진(63) 한국뇌연구원(KBRI) 신임 원장(2대)은 "사람의 뇌는 온갖 수수께끼로 싸인 미지의 세계이며, 바로 거기에 뇌 연구의 가치가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김 원장은 지난달 중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회에서 부설 한국뇌연구원 신임 원장으로 선임됐다. 올해 3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뇌'인지과학 전공)로 부임한 지 5개월 만이다. 그는 "초대 원장님이 많은 일을 해놓으셨다.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원장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뇌 연구분야 석학이다. 지난해까지 30년간 서울대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그는 불모지였던 신경과학 분야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정부의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 중 핵심분야인 '뇌 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개발 사업'(2003~2013년)의 단장을 맡아 연구를 주도했다. 지금까지 SCI급 국제학술지에 176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생명과학분야 최고 국제학술지인 '셀'(Cell)에 연구성과를 게재했다.
뇌 연구의 산업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고령화'산업화에 따라 뇌신경 질환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뇌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암의 7배, 당뇨병의 10배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만성질환 사망률 중 뇌혈관질환이 2위이고, 성인의 정신질환 평생유병률은 30%에 이른다.
김 원장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뇌 연구를 기반으로 한 신약 연구'개발의 가치가 크다. 대구는 의료단지를 보유해 뇌 질환 관련 신약 개발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평생 과학도로 살아온 김 원장에게는 오랜 취미가 있다. 유화 그리기다. 다양한 모양의 뇌 주름을 사람 형태로 표현한 그림을 비롯해 스마트폰 펜으로 그린 수십 개의 그림이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다. 그에게 있어 뇌는 파고들수록 신비로 가득 찬 '미지의 저편'일 것이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뇌의 비밀은 20~30%에 머물러 있습니다. 연구할수록 새로운 질문이 늘어나고, 그전에 대충 알았던 것이 사실은 잘 몰랐던 것임을 깨닫기 때문이죠."
김 원장은 2019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뇌신경과학 학술대회'는 한국의 뇌 연구 수준과 대구 의료단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대구시가 구상하는 첨단뇌정밀의학 클러스터 구축 사업(2017~2026년)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뇌정밀의학은 다양한 뇌질환의 조기진단, 치료예방을 위한 개인 맞춤형 기술의 제공을 목표로 합니다. 첨단 뇌연구 인프라를 보유한 대구는 국내 뇌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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