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 여고생

"남아 선호 사상이 두드러진 1990년대에는 남자 아이가 훨씬 많았는데요. 지금은 딸을 각별히 아끼는, 딸 바보 아빠들이 늘어나면서 이젠 거의 비슷해졌어요. 다행이죠?"

지난달 (재)대구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2015 통계로 보는 대구여성의 삶'에서 '출산율 및 성비'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기의 남녀 성비(性比'여자 100명에 대한 남자의 비율) 불균형이 많이 나아졌다는 점을 부각한 말이다.

실제 기록상 대구 남아 선호는 대단했다. 2013년의 대구경북학회와 대구여성재단 통계는 1953년부터 성비를 분석하고 있다. 대구의 0~4세 남녀 성비를 1953년부터 보면 1970년대는 전국 평균에 못 미쳤으나 1980년대부터 전국 주요 도시를 앞질렀다. 추종 불허의 기세는 1990년 정점을 찍었다. 이후 나아졌으나 늘 전국 수위였다.

1953년 102.57이 1960년 104.60, 1970년 107.92, 1980년 109.5, 1990년 130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2000년 113.4, 2010년 108.6으로 계속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성비는 106.02로, 40~50년 전인 1960~70년 수준이다.

이런 남아 선호로 남자가 넘치던 남초(男超) 도시 대구가 2009년부터 여초(女超)로 반전됐다. 2011년 이후 0~29세 연령대는 남초였지만 30세부터 80세 이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여초였다. 즉 대구 남자는 대학 졸업과 취업, 결혼 준비 시기인 29세까지 대구 '둥지'에서 머물다 30세부터 '새 터'를 찾아 대구를 떠나거나 대구와 인연을 접어야만 하는 입장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09년부터 대구의 여초는 갈수록 그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의 남녀 성비는 2009년 99.84에서 2013년 99.25로 됐다. 2040년이면 94.87이 될 듯하다. 이런 여초가 역전될 가능성은 작다. 앞으로 대구 여성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래서 17일 자 본지(15면) 보도는 미래 대구 여성 활동의 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바로 대구 혜화여고 1년생 9명의 '대구 살리기'와 경북여고 3년생 5명의 '라디언스'라는 동아리 모임 활동이다.

도시철도 3호선 주변 녹화나 쓰레기 배출 문제 등 대구가 당면한 다양한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아 제안도 하여 상(賞)도 받고 시정에도 반영시키는 등 대구 사랑을 실천한 내용이다. 태어나 자랐고, 오랫동안 삶의 터전이 될 대구를 위해 애정을 쏟는 여고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대구는 분명 그대들의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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