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자리 옮기는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

"경북도서 2년 4개월…국비 11조 확보 큰 보람"

떠나는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경북도청 국비를 많이 늘린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달 말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북도 제공.
떠나는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경북도청 국비를 많이 늘린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달 말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북도 제공.

주낙영(54)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이달 말 부지사 자리에서 떠난다. 다음 보직은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연수원장이다. 만 2년 4개월 동안 경북도에 있으면서 국비 11조원 확보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 주 부지사는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30년 공무원 생활 가운데 가장 바쁘고 보람있는 기간이었다"고 했다.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나?

▶국비 확보다. 처음 왔을 때 경북의 국비 예산은 8조원이었다. 올해 11조원, 내년엔 1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

-특별한 비결이 있었나?

▶결국 인맥이다. 아는 사람이 많아야 국비를 따올 수 있다. 나 개인 역량도 있겠지만 경북은 국비 확보에서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경북의 강점이다. 특히 국비 확보는 미래를 내다보고 적어도 4, 5년 후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이 될 만한 것을 미리 준비해야 국비를 따내는데 어려움이 없다.

-힘든 일도 있었을 텐데.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구제역'AI'재선충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바람 잘 날이 없었다. 30년 공무원 생활 동안 가장 바쁘게 보냈다. 토'일요일이 없었고 휴가도 거의 못 갔다. 현장 위주 행정을 해야 하는데 경북은 땅이 너무 넓어 힘든 점이 많았다.

-가장 큰 현안을 남겨두고 떠나는데, 도청 이전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이전 시기와 관련해 직원들이 정말 힘들어한다. 기왕 가는 것이라면 축복받으며 가야 한다.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아직 정주 여건이 많이 미진하다. 이전 시기를 무리하게 잡아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싶다.

-행자부에도 있었지만 도청에도 오래 있었다.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어떤가?

▶지방자치가 이제 20년이 됐다. 성인이다. 중앙정부가 이제 믿고 맡겨야 한다. 중앙정부는 분권'분산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 중앙정부는 현장을 모른다. 지방에 사람이 살고, 정치가 존재한다는 것도 중앙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중앙정부 계획대로 그대로 실행되는 시대는 지났다. 방폐장이나 원전을 보라. 지방의 동의 없이 되는가? 중앙정부는 이제 정책 기획 단계부터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대구와 경북의 관계는 어떻게 보나?

▶반드시 협업하고 상생해야 한다. 한뿌리 상생위원회를 만들어 대구시 부시장과 함께 공동 단장을 했다. 20여 개 과제를 발굴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지금은 광역경제권 시대다. 따로 가면 절대 안 된다. 통합까지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국가행정체계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대구는 도시 행정, 경북은 농어촌 행정이어서 무리한 통합은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경북도 내 시군 통합은 어떤가?

▶작은 시군은 통합의 필요성이 있다. 인구 60만 명에 이르는 대구 달서구청과 인구가 고작 2만~3만 명인 경북도 내 군청의 공무원 숫자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이를 행정 낭비라 할지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조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무리하게 몰고 가면 안 된다. 통합하면 재정적 보전을 해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통합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이의근 전 도지사 때도 도청에 있었고, 김관용 도지사 때도 있었다. 두 사람의 업무 형태가 다른가?

▶두 사람 다 탁월한 행정가다. 하지만 김관용 도지사가 도민 친화력 면에서는 한 수 위인 것 같다. 도민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말한다. 두 사람 밑에서 행정을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김 도지사 경우, 전임과의 행정 연속성을 이어간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전임 도지사가 시작한 문화엑스포라든지, 사람을 쓰는 부분에서도 '전임'에 대한 선을 두지 않았다.

-공무원교육을 책임지는 자리로 가는데, 후배 공무원들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지금 공무원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장은 갈등 구조다. 주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한다고 해서 행정이 풀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공무원들은 이제 갈등 해결, 문제를 푸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단순한 법규의 집행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전문성도 길러야 한다. 또 과감하게 개방채용을 해 민간 부문의 공직 입성도 도와야 한다.

-공직 경험이 많은데 또 다른 꿈이 있나?

▶내가 쌓은 경험을 돌려주는 기회가 있다면 꼭 하고 싶다. 많이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지 않나. 자원봉사도 좋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직 후배들과 사회에, 나의 경험과 지식을 전해주고 싶다.

* 주낙영=대구 능인고'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1986년 행정사무관(행정고시 29회). 경북도청 홍보2계장'자치행정과장'기획관'비서실장'상주 부시장'자치행정국장, 행정자치부 장관 비서관, 대통령 행정자치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주(駐)뉴욕 부총영사, 행정안전부 제도정책관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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