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정을 잘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국민들은 '보릿고개'를 넘어 산업강국의 길을 터 놓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힘 없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한없는 자애심으로 껴안았던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모정을 국정에 녹일 것으로 소망했다.
박 대통령은 챙길 가족도, 특별히 챙겨야 할 측근 그룹도 없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걸림돌' 없이 자유로운 처지에서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운 융성의 주춧돌을 놓는 국사에 매진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임기 절반이 지난 현재 국민들의 기대감은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40%를 밑돌고 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임기 초반 정점을 이루다가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 상례화돼 있지만 대선 투표층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10여 년째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일자리 부족으로 국민들은 활력과 희망을 잃어버렸다. 돈은 투자처를 잃어버렸고, 가계 부채는 급증하는데 나라 경제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으니 국민들은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또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무능력과 불통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로 이어진 요인이다.
5년 단임의 박 대통령이 18년 동안 장기집권하면서 '민족중흥'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족적을 절반, 아니 반의반만 따라가려 해도 힘이 부치고, 이미 임기 반환점을 돌아 마음은 조급해질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맞닥뜨린 정치 환경은 아버지 통치시절처럼 사회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때와는 판이하다.
박 대통령이 최근 정치권을 향해 쏟아내고 있는 발언을 추론해보면 정치 입문 시 밝혔던 '국가와 국민이 함께 잘사는 나라' '희망을 주는 새 정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훼방꾼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정치권이 못마땅할 것이고, 어느 면에서는 배신감마저 느꼈으리라. '유승민 찍어내기' 파동은 이런 인식의 결과였다.
박 대통령은 집권 하반기에 창조경제와 문화 융성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노동'금융'교육 등 공공 부문 개혁을 핵심 국정 과제로 잡고 속도전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국정 과제를 성공시키려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지 아버지 대통령 앞에서 고민해야 할 때다. 그 해법은 '국민'이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면 두려울 것이 없다. 이는 박 대통령이 못마땅해하는 '정치권력'(세'파벌 유지를 위한 정치공학적 권력)에서 초연해져야 하는 것과 상통한다.
박 대통령이 자기 사람 심기에 주력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면 할수록 정치권력을 향한 이전투구장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이 정작 이루고자 하는 국정 과제의 동력은 사라진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올해 최대 현안인 노동개혁을 그토록 불신하는 정치권에 맡기지 말고 직접 노동계를 설득하고, 그 결과로 국민의 힘을 업어야 한다.
박 대통령의 확실한 지킴이는 결국 '국민'이다. 성공한 대통령은 국민이 지켜준다. 역대 대통령의 비극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졸개'들이 아무리 많다 한들 이들이 수시로 배신한다는 것은 박 대통령도 경험을 해서 잘 알지 않는가.
청와대 실세라 불리는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그 참모진과 일부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친박 중심'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지는 않은가.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안위를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신을 위해 박 대통령의 호위 무사를 자처하고 있는 측근들에게서 박 대통령은 초연해져야 한다. 권력의 화근은 측근이다. 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국민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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