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화의 김성근 감독이 화제다. 밑바닥의 한화 이글스를 맡아 좋은 성적을 내면서 '역시 야신'이라는 평가를 받는가도 싶더니, 최근에는 '구태 야구', '혹사 감독' 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아졌다. 어쨌거나 인물은 인물이다. 그분의 행보에 따라 항상 격렬한 찬반양론이 등장하니 말이다.
'피타고리안 승률'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계산식은 팀의 총득점과 총실점을 가지고 그 팀의 기대 승률을 뽑아낸다. 재미있는 것은 이 피타고리안 승률과 실제 승률은 대부분의 경우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 똑같이 100점을 내고 80점을 실점한 갑 팀, 을 팀이 있다고 가정하자. 갑 팀의 감독은 대학교수이고 을 팀의 감독은 초등학생이다. 이럴 경우 갑과 을 두 팀 중 어느 팀이 더 승률이 높을까? 대학교수와 초등학생이 둘 다 기본적인 야구의 윤리를 지킨다고 가정했을 때, 갑과 을의 승수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결국 운이 좋은 팀이 미세하게 더 많은 승수를 올리기는 할 것이다. 물론 모든 통계가 그렇듯 표본이 클수록 오차는 작아진다. 10게임이라면 운에 따라 승률 차가 꽤 날 수 있지만, 1천 게임이라면 승률은 거의 비슷하게 수렴해 간다.
자, 그렇다면 한화 이글스의 피타고리안 승률 대비 실제 승률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화 이글스의 실제 승률은 피타고리안 승률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한화 이글스는 자신들의 총득점과 총실점에 비해 기적적으로 더 많이 이기고 있다는 것이다. "거 봐, 김성근이 명장이지"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역사상 실제 승률 대비 피타고리안 승률이 가장 높았던 팀 중의 하나는 2000년 삼성 라이온즈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2000년의 삼성 라이온즈는 어떻게 '야신'도 없었는데 저런 운명을 거스르는 승률을 올렸을까?
2000년 삼성 라이온즈가 기적의 승률을 올릴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임창용'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임창용이라는 투수를 기용하던 방식'이다. 그 해 임창용은 무려 138과 2/3이닝을 던지며 규정이닝을 채운 뒤 방어율 왕을 차지한다. 문제는 그가 38세이브를 올렸던 구원투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뒤 임창용은 선수로서의 최전성기 몇 년을 부상과 구위 저하로 허송한다. 이 트릭의 이치는 간단하다. 12대1, 8대2 같은 스코어로 지다가 5대4, 3대2로 아슬아슬하게 이겨나가면 형편없는 팀도 결과적으로 강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가장 잘 던지는 투수가 자신의 미래를 저당잡고 매 경기 불꽃 투혼을 발휘해야 한다.
얼마 전 류중일 감독은 순위 싸움이 치열한 와중에 정인욱을 쉬어가는 선발로 기용했다. 그 경기는 대패로 끝났다. 왜 정인욱을 기용했느냐는 질문에 류중일 감독은 에이스 피가로가 120구를 던졌기 때문에 하루 더 휴식을 주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혹자는 성적이 여유가 있으니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가 삼성 라이온즈가 중하위권을 맴돌던 2011년 초반에도 저런 여유를 부리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 여유는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인내심으로 쌓은 철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시즌 막바지 삼성 라이온즈는 1위로 순항, 한화 이글스는 연패에 빠지며 5강에서 약간 밀리는 중이다. 2015년 프로야구는 과연 야구 신의 워털루가 되고 말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이런 류중일 감독을 돌중일이라 부른다. 그는 정말 돌대가리인지도 모른다. 안지만, 차우찬을 불펜에서 100이닝씩 던지게 하고, 어차피 떠날 용병 투수의 휴식 따위 무시해 버리면 글쎄, 본인도 신(神)중일로 불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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