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中 美 악재…코스피 1830 붕괴…환율 1200원 바짝

◇또 무너진 중국 주가…비명지른 주식시장

북한의 포격 도발과 더불어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중국 증시 폭락 등 글로벌 악재까지 겹치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코스피 1,830선이 붕괴됐다.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6포인트(p)가량 떨어진 1,860선에서 시작했지만 장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오전 10시쯤 1,872.86까지 올라서며 '3대 악재(중국 증시 우려, 미국 금리 불확실성, 북한 포격 리스크)가 진정되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2.17% 오른 640.67까지 상승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 증시가 개장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중국 주가가 폭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은 일시에 패닉에 빠졌다. 오전 내내 '묻지 마 투매'가 이어지며 코스피는 오후 한때 1,800.75까지 밀렸다. 장중 기준 2013년 6월 26일(1,772.49)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코스닥 역시 하락세로 전환하며 610.12까지 밀렸다.

중국 증시 폭락이 아시아 증시로 옮아붙으면서 한국 증시는 온종일 출렁거렸다. 1,87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일시에 1,800까지 밀렸다가 장 후반 진정되며 1,829.81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46.26p(2.47%) 떨어진 수치다.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 이른바 '공포지수'도 10.07p(54.40%)나 급등한 28.58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덩달아 코스닥도 전날보다 13.72p(2.19%) 떨어진 613.33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대형주(-2.6%)와 중형주(-1.8%), 소형주(-2.0%)를 가리지 않고 하락했다. 특히 대형주들이 대거 하락해 향후 전망을 어둡게 했다.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들어와 있는 종목 중 오른 것은 LG전자'엔씨소프트'호텔신라 등 9개에 불과했다. 2개는 보합에 끝났고, 89개 대형주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전자(-2%), 현대차(-2.4%), 한국전력(-3.6%), SK하이닉스(-3%) 등 시총 10위권 종목은 일제히 2~5%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도 40개나 나왔다.

역시 외국인이 폭락을 주도했다. 무려 7천230억원의 주식을 내던지며 13거래일 연속 팔았다. 이날 외국인의 하루 주식 매도금액은 2013년 6월 21일(8천9억원)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팔아치운 금액만 2조6천37억원에 달한다.

정연준 신한금융투자 시지부지점장은 "코스피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830선이 무너졌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 중국 경기 둔화에 북한 포격 사건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북 리스크 부각…코리아 디스카운트 재연

증시와 외환시장이 파랗게 질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설에 중국 증시 폭락이라는 암초를 만나 가뜩이나 불안한데 북한 포격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분단국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으로 국내 기업들이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북한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어느 정도 면역력을 보여왔다. 지난 1993년 노동 1호 미사일 발사부터 2011년 김정일 사망까지, 과거 10차례 주요 대북 위기 당시 금융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증시는 그 영향이 미미했고 외환시장에서 소폭의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반응은 과거보다 훨씬 민감했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1,830선까지 밀렸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0원에 바짝 다가섰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상승폭이 커져 전날보다 달러당 9.9원 오른 1,199.0원에 마감됐다. 3년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북한군이 서부전선 최전방인 경기 연천지역으로 포탄을 발사하면서 남북의 군사적 긴장 상황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 증시 불안까지 겹쳐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한 점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외국인 매도세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6월 이후 12주 연속 우리 주식을 팔고 있다. 이 기간의 순매도 금액이 50억달러를 넘어섰다. 외국인들에게도 '잊혔던'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비교적 안전 자산인 채권 가격은 강세(금리 하락)를 보여 '트리플 약세'(주식, 채권, 통화가치 하락)는 면했다. 최창윤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중국 증시 불안과 남북 긴장감 때문에 위험 회피 심리가 자극됐고 외국인 자금이 많이 이탈해 코스피가 하락하고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경제계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증시 불안 커져, 금융위원장 직접 나섰다

금융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임종룡 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증권금융, 국제금융센터 등 기관장들이 참석하는 '증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한다.

임 위원장이 관계기관과 증시상황 점검을 위한 긴급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것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북한의 위협 등 대외 변수로 국내 증시에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등과 합동으로 '금융시장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을 주문했다. 이날 금융위 측은 "글로벌 금융시장 하락과 같은 대외 요인이 북한 포격 등의 위험과 함께 우리 증시에 단기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북한 관련 위험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0년 천안함 사건 때에도 사건 발생 당일만 증시가 0.3%포인트 하락 후 반등했으며, 최근 주가 하락으로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반등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측은 "대외 요인 및 북한 위험이 우리 증시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당분간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참여기관도 시장 참여자 및 연구기관 등으로 확대해 시장 관련 특이사항을 적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도 22일부터 이틀간 글로벌 증시상황과 남북 간 긴장상황의 시나리오별 시장운영방안을 점검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증권시장의 급락과 관련해 담보부족 신용계좌의 반대매매와 공매도 추이 등을 점검하고, 과도한 시장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투자업계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거래소 측은 "주가급변에 편승한 루머 등에 의해 투자불안 심리가 조장되지 않도록 불공정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 또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매일 비상시장점검회의를 통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