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도시들이 몇 곳 있다. '백만불짜리 야경'이라고 하는 홍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위에서 바라보는 뉴욕, '일본 야경의 양대산맥'이라고 하는 나가사키와 하코다테…. 요즘은 부산 해운대 주변과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도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야경'이라고 하면 그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대구시민들에게 '대구의 밤풍경'이란 막차가 끊어지는 오후 10~11시 사이의 밤 시간대에에 총총히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만 기억할 뿐 어떤 '풍경'을 그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고요했던 대구의 밤이 좀 더 멋스러워지고 환해졌다. 앞산전망대는 대구의 야경을 찍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삼각대로 빼곡하고, 수성못 주변 또한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하면서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곳에서 대구의 밤을 감상하다 보면 '대구가 이렇게 크고 환한 도시였나' 하는 생각에 밤길 걸을 맛이 절로 난다.
여름이 언제 뜨거웠나 싶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요즘, 이때가 대구의 밤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기다. 대구의 대표적 야경 명소인 앞산의 야경 포인트와 대구의 또 다른 밤을 보여주는 곳들, 그리고 경북도 내 시'군이 자랑하는 야경 명소를 소개한다. 떠나는 여름이 아쉬운 사람들은 대구경북지역의 야경을 보며 유난히 뜨거웠던 올해 여름과 작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수만 개 별빛이 반짝이는 듯. 발 아래 도시는 '별' 천지
#. 앞산에서 본 대구의 밤
밤에 앞산순환도로를 타고 남부도서관부터 충혼탑을 거쳐 상인동으로 넘어가는 언덕배기를 지나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환해지는 구간이 등장한다. 고개를 살짝 돌려 환한 곳을 둘러보면 살짝 보이는 83타워 꼭대기의 첨탑과 함께 밝은 불빛들이 아스라이 올라온다. 그때 드는 한 가지 기대가 있다. "대구의 야경도 그 나름 멋지지 않을까?"
◆1시간을 기다려 얻은 보람
지난 22일 오후 6시 30분 약 20명의 시민들이 앞산전망대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앞산전망대를 데이트 코스로 잡은 연인들도 있고, 대구의 경치를 구경하려고 셀카봉과 카메라 등등을 챙겨 온 사람들도 있었다. 연인 사이로 보이는 남녀 한 쌍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제 그만 내려가자"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조금만 기다려 봐. 여기까지 왔는데 야경은 보고 가야지"라고 대답했다. 남자가 케이블카 막차시간까지 알아보는 치밀함을 보인 끝에 이 커플은 전망대를 떠나지 않을 수 있었다.
7시가 넘어가자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미등에서 전조등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길거리의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는 광경을 앞산전망대에서는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한 시민은 "마치 촛불이 켜진 듯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전망대의 시민들은 셀카봉에 휴대전화를 고정시킨 뒤 대구의 야경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찍기에 바빴다. 한 시간을 기다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밤은 아름답잖아요"
앞산전망대에서 앞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에서도 대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간혹 등 뒤로 밝은 빛이 보일 때 고개를 돌려보면 앞산전망대에서 본 야경과 또 다른 느낌으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등산로 곳곳에 마련된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데크에서도 앞산전망대만큼은 아니지만 시원한 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전망대만큼 등산로에서도 대구의 밤 풍경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등산로에서 만난 허영철(49) 씨는 아들 형수(19) 군과 함께 대구의 밤 풍경을 즐기러 나왔다고 했다. 고3인 아들 형수 군의 공부 스트레스도 풀어줄 겸 해서 나왔는데, 형수 군은 매일 밤늦게 학교 공부를 마치고 나올 때 보는 풍경과 사뭇 달라 감동을 한 듯했다. 허 씨는 "밤은 원래 어디나 다 아름답지 않으냐"며 "대구의 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등산로를 지나면서 보는 야경의 재미는 대구의 야경을 다양한 각도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등산로를 걸으며 달서구, 남구의 밤 풍경이 수성구의 야경으로 바뀌어 가는 걸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고산골과 용두산성 쪽으로 빠지는 등산로는 수성못과 함께 대구의 또 다른 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많은 대구시민이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만약 산을 오르기 싫다면
앞산전망대는 케이블카가 있어서 그나마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지만 대인 기준 왕복 9천원의 비용이 든다. 고산골'용두산성 등산로는 정말 화려한 야경임에도 불구하고 '밤에 산을 타야 한다'는 부담감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많이 걷지도 않고 돈도 거의 들지 않는 앞산의 야경 관람 장소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 한 곳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구 남구에 있는 대덕문화전당으로 간다. 대덕문화전당의 야외주차장에 앞산순환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 입구가 나온다. 그 육교의 가운데쯤에 도착하면 야경이 보인다. 비록 앞쪽의 건물과 가로수에 가리기는 하지만 주머니 가벼운 연인이 캔커피 한 개씩 들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야경을 감상하기에는 손색이 없다. 발밑으로 쌩쌩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과 함께 어우러지는 야경은 앞산전망대의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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