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에서 배달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는 김모(24) 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한 번에 세 군데 배달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과속으로 운전하다 빗길에 미끄러져 다친 것. 김 씨는 "원칙적으로는 한 번에 한 군데 배달만 가야 하지만 주문량이 몰릴 때는 2, 3개씩 묶어서 배달한다"며 "모두 30분 안에 배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과속, 신호위반은 일상"이라고 털어놓았다.
강요된 '신속 배달' 탓에 배달 알바 노동자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배달앱의 등장으로 배달이 더욱 확산되고 있고, 일부 기업이 '30분 배달제'를 명목으로 알바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안전보건공단에서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2014년 5년간 모두 2천607명의 알바 노동자가 배달 근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가운데 2천554명은 부상을 당했고 53명은 사망했다. 최근 2년간 대구에서도 요식업에 종사하는 청소년 알바 노동자 가운데 26명이 교통사고를 당해 산재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영세음식점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기 때문에 산재처리 되지 못한 사고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달 사고는 주문이 많아지는 방학 기간(7~9월)에 집중됐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7~9월에 발생한 배달 사고 사망자는 31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사망자(93명)의 33%를 차지했다. 이 기간 부상 사고는 1천293건 발생해 전체(4천465건)의 29%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들이 폐지했던 '30분 배달제'를 은근슬쩍 부활시키고 있는 것도 큰 원인이다. 맥도날드의 '히트레이트'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배달 직원별로 전체 주문 건수 중 배달을 30분 내에 끝낸 비율을 전산망을 통해 관리하는 제도다. 맥도날드에서 배달 알바를 하는 김모(28) 씨는 "히트레이트가 임금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매장 매니저가 실적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무언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주문이 들어온 순간부터 시간을 책정해 배달을 완료하고 다시 매장에 돌아와 '배달 완료'를 눌러야 시간 책정이 끝나는데 달성하기가 매우 촉박해 늘 과속운전을 한다"고 말했다.
배달이 늦었을 때 주문자의 불만도 알바들의 과속을 부추기는 이유다. 한 배달 알바 노동자는 "비가 오거나 주문이 밀려 배달이 늦어졌을 때 주문자들이 욕을 하기도 한다"며 "폭언을 듣지 않기 위해선 빨리 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유리 대구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대부분 사업장은 배달 알바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하지 않고 산재보험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배달앱을 통해 배달 수요가 늘어난 만큼 배달원에 대한 안전보장 의무도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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