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시간 10분 쏟아부은 남북 고위급 접촉
6개 항 합의 도출, 대화국면으로 급선회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 관점서 벗어나
남북 상호 신뢰로 부족 부분 채워나가야
43시간 10분 동안에 걸친 남북 최고위급 접촉 속에 8월 25일 6개 항 합의로 남북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목함지뢰 사태 이후 전쟁 일촉즉발로 몰렸던 한반도의 대결적 상황의 대반전이었다. 이번 합의는 한반도에서의 대결 구도, 그리고 남북 관계 차원에서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을 전혀 다른 방향, 대화 쪽으로 방향을 튼 의미 있는 접촉이었다. 남북이 상호 간에 자신들의 의지를 부분적으로 관철시키는 차원에서 5대 5, 6대 4 또는 4대 6의 결과,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남북한 합의에 따라서 군사적 긴장감이 해소되었지만, 일부에서는 합의 과정에서 목함지뢰 사태에 대한 북측의 명확한 사과, 재발 방지 책임자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없이 유감 표명만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마디로 말해 하나 둘 이 잡듯이 다 따졌다면 이번 접촉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거나 깨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북측의 유감 표명이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북측에서 내부적으로 유감 표명에 대해서 또 다른 해석을 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 남북 관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그동안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대반전을 이루는 이 과정을 볼 때 이번 유감 표명 정도는 현재 상황에서 합의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다고 본다. 현재 남북 관계는 우리가 요구하는, 원하는 것을 한꺼번에 다 얻어낼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앞으로 지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
남북대화사에 전무한 엄청난 시간을 쏟아부은 접촉이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대남 담당 비서 4인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사실 이번 접촉은 남북이 상호 간에 처음부터 어렵게 출발한 협상이었다. 최악의 조건에서 이뤄진 이번 접촉의 성과 중 하나는 남측의 대북 정책을 북측이, 북측의 대남 정책을 남측이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북측 입장에서는 박근혜정부가 갖고 있는 대북 인식이나 남북 관계를 접근하는 방식이 과거 정부와 차이가 있다는 것은 발견했을 것이다. 남측도 김정은 체제가 갖고 있는 대남 정책 전반을 이해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큰 성과다.
앞으로는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남북 당국이 6개 항의 합의를 어떤 식으로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의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6개 항의 성과가 나오도록 남북 당국이 상호 신뢰 속에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느냐이다. 그것이 전제됐을 때 남북 관계는 질적 도약을 할 수 있다. 지난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를 합친 7년 반 동안 남북 관계는 대결의 과정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합의는 대화 쪽으로 물꼬를 트는 그런 과정이다. 당국 간 회담도 앞으로 하자는 것이고 민간 교류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 부분을 주목해서 본다면, 현재의 국면을 풀어 가는 데 있어서 남북 당국의 의지가 얼마만큼 실리느냐에 따라서 남북 관계는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합의문이 종이쪽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합의를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의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남북 관계를 형, 동생 사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그 관계에서 세게 치고받고 싸우다가 이것이 어떤 식으로 화해가 됐는데 화해의 과정을 형이 승리했다, 동생이 승리했다고 표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합의된 부분들이 부분적으로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 부족한 부분을 얼마만큼 향후 회담이나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채워내고 새로운 남북 관계 형식을 만들어내느냐, 이 부분이 대단히 중요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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