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왜 싸우는데?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은아, 너 그 친구랑 왜 헤어졌니? 너한테 잘하고 상냥하다고 그랬잖아?" "샘, 말도 마세요. 상냥한 게 아니라 쪼잔함의 극치예요. 사사건건 간섭하는데 미치겠어요. 머리를 왜 그렇게 해 다니느냐, 아직도 젓가락질을 못하냐며 밥 먹는데서도 예절수업을 하질 않나, 심지어는 동생한테도 게으르다며 잔소리를 해 대니." "그래 맞아, 만나는 이유와 헤어지는 이유는 같은 거야. 세심한 배려에 반하여 사귀었는데 소심하기 짝이 없고 듬직한 게 좋아서 결혼했는데 이건 사람이 아니고 소야. 도통 말을 안 해. 언제나 웃고 웃기는 말을 잘해 만났더니 딴 사람한테만 웃겨. 열심히 공부하는 진지한 태도가 맘에 들었는데 매사가 너무 진지해서 완전 짜증이야. 저만 지구특공대야?"

손바닥 양면처럼 장점과 단점은 서로 통해 있지. 어쩌면 마주하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앞면과 뒷면 중 어느 면이 더 크게 보일 뿐 손바닥은 하나인 거야. 부부들이 싸우는 걸 보고 있으면 이전에 남들에게 우리 남편은 이래서 좋았다고 눈꼴시게 자랑하던 점 때문에 싸워, 웃기지?

근검절약하는 남자가 좋아서 결혼했는데 이건 자린고비가 질려 도망갈 정도야. 콩나물 대가리까지 다 세는 남자는 오늘도 밤늦게까지 가계부 정리를 하고 있어. 그럼 분위기를 아는 감성적인 남자는? 그냥 폼만 잡고 있어. 돈도 안 벌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데 마구 패주고 싶어. 통 큰 남자는 그냥 통만 클 뿐이고 자상한 남자는 이웃집 여자에게 더 잘할 뿐이야.

명절에 대판 싸우는 부부가 많고 심지어는 명절 지나고 갈라서는 경우까지 있다고 해. 고스톱 치다가 싸우기도 하고 시댁이 먼저냐 친정이 먼저냐 코스 정하다 싸우기도 해. 밀리는 차 안에서 엉뚱하게 화풀이하다가 차에서 내리는 수도 있고 시어머니 잔소리에 남편 꼴도 보기 싫어질 수도 있어.

'왜 싸우는데?' 다른 사람에게 묻는 이야기가 아니라 화가 날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거야.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저 사람이 싫지?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이야기야. 너도 그 아이가 그렇게 자상하다고 은근히 자랑했잖아? 근데 자랑한 이유의 지나친 면 때문에 헤어진 거 아니야? 너도 똑같이 다른 사람에게 비칠 거야, 실은 장점과 단점이 하나인데 그중 한 부분이 더 크게 말이야.

근데 말이야. 은이 넌 자신이 소심한 성격이어서 싫다고 그랬지? 소심한 건 나쁜 거고 내성적인 성격은 안 좋은 걸까? 그렇게 생각해서 소심한 성격을 억지로 고쳐 보겠다고 하다가 결국 아이를 망가뜨리는 부모가 있어. 해병대 훈련 보낸다고 소심한 성격이 갑자기 바뀌는 것도 아니거든. "소심하다는 건 세심하다는 거니까 잘 살리기만 하면 우리가 늘 동경하는 배려와 돌봄의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겠니? 하하, 추석 때 혹시 전시상태에 돌입하려는 엄마 아빠를 보게 되면 네가 슬쩍 던져줘." '왜 싸우는데, 좋다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