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안전한 물 좀 나눠 주세요

대구시와 구미시가 합의해서 출발한 '취수원 관련 대구·구미 민관협의회'가 지난 3월부터 5차례의 회의와 수차례의 물밑 접촉이 있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안전한 먹는 물의 중요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깨끗한 물은 사람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라고 할 정도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중요한 물이기에 대구 시민들은 안전과 건강한 삶을 위해 구미의 형제자매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구미시민들과 구미 지역의 정치, 경제 등 모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내 형제자매와 내 자손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물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같이 잘 살기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필자는 민관협의회에서 구미 측 위원들의 말씀이 구미시민들의 뜻이라 생각하고 인내하며 경청하여 왔다. 그리고 페놀 사건 등과 과거 구미공단에서 흘러든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트라우마와 화학물질이 없는 안전한 물을 원하는 대구시민의 간절한 소망을 진솔하게 구미시민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취수원 이전과 관련한 대구의 입장이 왜곡 전달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와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구심은 최근 모 언론에서 구미지역에서 2016년 20대 총선에 나설 인사들에 대한 서면 인터뷰 내용을 보고 더욱 커져만 갔다. 보도에서는 상당수 구미 지도층 인사가 대구취수원 이전 시 '수량 부족', '수질 악화', '구미공단 규제 강화' 등 이미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되어 양 도시가 문제 없음이 확인되었거나 확인 중인 사항을 거론하며 취수원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이 문제는 이미 4차 민관협의회에서 수량·수질 분야 전문가가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할 경우 수량 부족이 없고, 현행 상수원보호구역의 추가 확장도 없으며, 수질 변화도 미미한 것으로 의견이 모인 것들이다. 또한 구미공단의 수질오염 총량관리 제도상의 규제가 강화된다면 대구시 개발을 위해 할당된 총량 중 일부를 구미시에 제공하겠다는 대구시의 제안도 있었던 터라 더 이상 기술적인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내용이다.

문제의 핵심은 구미공단에서 배출되는 유해화학물질이다. 최근에는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 1,4-다이옥신과 수돗물 수질 기준에도 없는 브롬이온이 검출된 터라 대구시민은 항상 먹는 물에 대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위험물질이 녹아 있을지 모를 낙동강물을 정수해서 마셔야 하는 대구시민들이 보다 안전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경북·대구권 맑은 물 공급사업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대구시민들은 취수원 이전으로 구미시민의 재산권이 침해받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또한 입주기업들이 구미공단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대구와 구미는 공동운명체이다. 구미공단에는 3만5천여 명에 달하는 대구시민이 생업을 지키고 있다. 이제는 두 도시가 상생협력해서 더 크게 발전하는 대승적 타협이 필요한 때이다.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는데 물질적·경제적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진 정부와 수혜를 입을 대구시가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대구·구미 민관협의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대구, 구미 두 도시의 모든 지도층 인사들도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

다시 한 번 구미시민들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구미시민 여러분! 대구시민이 안전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구미시민이 사용하고 남는 물 좀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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