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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한 단락 인문학] 쉼 -권정생의 '강아지똥'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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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길가의 강아지똥을 보면, 저도 더럽다고 여기고 아무 쓸모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똥을 밟기라고 하면 더 기분이 상하지요.

선생님, 똥 이야기에 까르르 웃는 제 세 살짜리 아이가 책을 자주 읽어달라고 해서 강아지똥을 수없이 읽어 주었지요. 읽을 때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명심보감에 있는 다음의 글귀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하늘은 자기의 일감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내지 않으며, 땅은 자기의 이름을 가지지 않은 풀을 키우지 않는다)

제가 한 번 박힌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아름다운 민들레꽃을 피우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개똥의 귀한 부분을 볼 수 있으셨는지요? 강아지똥 자신도 자신이 그렇게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인지 몰라서 외롭고 쓸쓸하고 슬픈 나날들을 오랫동안 보내지 않습니까?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궁금해할 때 떠오른 책 속 장면이 있습니다. 흙덩이가 강아지똥 옆에 있게 되었을 때에야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아기고추에게 미안해하던 장면 말입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 중에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이 "천천히 오세요"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고 한 말도 문뜩 떠올랐습니다. '빨리빨리'라는 말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천천히 오라는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은 것이지요. 또 다른 외국인은 야근이 일상화되고 직장과 가정이 분리되지 않아 주말이나 휴일에도 직장 상사의 전화가 오는 것도 말하더군요.

저 또한 한 번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을 바라볼 틈이 별로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제 아이와 달리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서 보석 같이 빛나는, 소중한 부분을 잘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조금 오싹해졌습니다. 쉼이 없는 제게 강아지똥은 쉼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풀꽃(나태주 시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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