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행동과 심리는 '번식' 즉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 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제한다. 예를 들어 공작 수컷이 포식자를 피해 달아나는데 거추장스러운 꼬리를 갖게 된 것은 꼬리는 포식자에게 잡혀 먹힐 위험을 높이지만, 암컷이 선택할 확률도 높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만큼 짝짓기 욕구는 생물에 있어 개체의 생존 본능을 거스를 만큼 강력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동성애는 진화론을 부정하는 듯하다. 동성애는 후손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화론의 이론체계에서 동성애는 존재하지 않아야 하거나 동성애자는 오래전에 멸종해 사라졌어야 한다. 하지만 동성애는 존재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할머니의 손자 돌보기는 그 대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할머니는 폐경으로 자손을 출산할 수 없다. 그래서 할머니의 존재도 진화론의 수수께끼였다. 이에 대한 해명의 시도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인류학자 크리스틴 호크스 등이 제시한 '할머니 가설'이다. 그 요지는 폐경 이후 할머니가 자신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무기력한 손자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준다는 것이다.('부정본능' 아지트 바르키'대니 브라워)
동성애자 중에서도 할머니처럼 자신의 '유전적 친족'에게 심적, 물질적 지원을 쏟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가설이 '삼촌 이론'인데 동성애자가 생식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사모아섬의 동성애자로 이들 중 상당수는 이성애자에 비해 조카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동성애자가 유전적 친족과 더 소원하게 지내는 것으로 보고돼 '삼촌 이론'은 아직 가설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일하는 크리스토프 올라프 카람사 신부가 '커밍아웃'을 해 화제다. 진화론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동성애를 추동하는 힘은 간접적 경로이지만 어쨌든 유전자 전달 본능이라고 할까. 아니면 동성애를 설명하는 또 다른 이론을 찾아야 한다고 할까. 이래저래 동성애는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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