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청와대의 옥석

청와대 한 관계자가 5일 오후 급하게 춘추관을 찾았다.

출입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표정은 무거웠다.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이들 2명에 대한 소식보다는 '(총선 출마를 위한) 추가적인 사퇴는 없다'는데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였다.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더 이상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의 거취에 대해선 추측 보도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달 7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수행했던 안종범 경제수석과 신동철 정무'천영식 홍보기획'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대구 차출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비쳐졌다. 박 대통령의 선거 중립 입장도 새삼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이나 어떤 선거에도 중립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더 이상 소모적인 추측이나 이런 것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청와대 참모진들의 대구 차출설 및 물갈이설에 대한 지역 국회의원들의 동요를 의식한 듯했다. 총선 물갈이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부정적 입장 표명 등으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해 일고 있는 정치권 일각의 총선 개입설을 차단하기 위한 뜻으로도 읽혔다.

하지만 "향후 청와대 참모의 총선 출마를 위한 사퇴가 전혀 없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이란 단서를 달았다.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은 박 대통령이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을 불러 모아 총선 출마 여부를 확인한 이후 이뤄진 것이라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두 차례나 "모든 개인적 일정은 내려놓을 것"이라며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겨냥해 선거에 휘둘리지 않도록 다잡았다. 5일 청와대 관계자의 브리핑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6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청와대가 국무위원과 참모들의 출마 표명을 잠시 늦출 수는 있을지라도 막을 방법은 없다. 이들은 출마 표명 이후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든 아니든 상관없이 '대통령의 뜻' '청와대의 차출'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이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들과 맞붙을 현역의원이나 다른 후보자들이 이 명분의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이들의 옥석을 가리는 것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아니라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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