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이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진보와 보수로 나뉜 이념논쟁에 불이 붙자 공천권을 두고 사생결단식 대결을 벌이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외부의 '적'과 큰 싸움이 벌어지자 내부갈등이 관심에서 다소 멀어지는 모양새다.
1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모처럼 만에 하나가 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당내 '공천특별위원장' 인선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여 온 김무성 대표 최고위원과 친박계의 이정현 최고위원까지 이날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재 사용 중인 역사 교과서는 올바른 역사적 관점과 균형 잡힌 역사적 사실의 서술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최고위원 역시 "역사 교과서의 편향된 내용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는 데 많은 방해요소가 되기 때문에 역사 교과서는 국정으로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새정치연합 역시 공천 국면에서 친노 주류와 비주류 간 논쟁이 뜨거운 선출직평가위원장 인선작업 대신 국정교과서 저지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역사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의 집필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다"며 "좌편향 시비가 있다면 검인정을 제대로 못한 정부의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비주류인 주승용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임시정부 법통 계승과 5'16을 쿠데타라고 부르는 게 불편한가?"라며 "대통령은 정부의 역사왜곡과 일본 역사왜곡 공통점 등에 대해 국민에 분명히 입장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불거진 이념논쟁이 당내 분란으로 심기가 불편했던 여야 대표들에게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념논쟁은 항상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해 왔다"며 "이번 교과서 논쟁은 내년 총선에서의 지지세력 결집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야당과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당내 문제, 특히 공천 얘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칫 적전분열이라는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제도를 둘러싼 비주류의 끊임없는 공세와 호남발 신당창당론에 시달리고 있는 새정치연합에게도 이번 이념논쟁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진보진영의 단결을 호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