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년간 전국 누빈 배상혁, 아내 수시로 만나

도피 자금 1억 챙겨 원룸 전전…타인 명의 중고차로 추적 피해

'안 잡았나, 못 잡았나.'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배상혁(44)이 7년간 도피 생활을 하면서 부인과도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검'경의 수사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경찰청 조희팔 사기 사건 특별수사팀은 23일 "배 씨가 도피 자금이 필요하면 서울에 사는 부인에게 연락해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부인의 주거지에 대해 매월 모니터링을 하고 미행했지만 배 씨가 주로 공중전화를 이용해 부인과 접촉하고 만났기 때문에 배 씨의 행적을 추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 씨는 조희팔 일당이 전국을 무대로 다단계 사기를 벌일 때 전산실장을 맡은 인물로 업체 전산 업무 전반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희팔, 강태용과 함께 1억1천억원대 다단계 사기를 모의해 저지른 혐의로 지명수배된 그는 22일 오전 경찰에 자수 의사를 밝혔으나 약속 시간에 출두하지 않았고 이날 경찰의 급습으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배 씨는 2008년 10월 수사가 시작되자 도피 자금 1억원을 챙겨 경북 경주와 경산, 서울, 대전 등을 전전하며 원룸이나 친척집 등에서 숨어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았고, 자신의 명의로 거주지뿐 아니라 차량도 구입하지 않았다. 배 씨가 검거된 곳은 올해 6월 말 다른 사람의 명의로 보증금 300만원, 월세 35만원에 계약된 아파트다. 배 씨가 타고 다닌 2012년식 K9(3천500㏄) 차량도 지난해 11월 타인 명의로 산 중고차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희팔과 2인자 강태용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배 씨는 "2008년 중국으로 도주한 뒤 현재까지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고 조희팔의 생사 여부도 모른다"고 밝혔다. 최근 자신의 처남인 강태용이 중국에서 검거되고 검찰과 경찰이 조희팔 사기 사건을 다시 수사하면서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껴 자수를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배 씨는 7년 도피 생활 대부분을 낚시나 캠핑, 컴퓨터 오락 게임을 하면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배 씨의 아파트에서 압수한 컴퓨터에도 낚시 사이트나 게임 사이트를 접속한 기록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USB에도 낚시 관련 자료가 남아 있었다.

경찰은 배 씨를 상대로 사기 사건에서의 역할과 전산 기록 삭제 등 증거 인멸 여부, 조희팔 일당과의 접촉 여부, 자금 마련처와 조력자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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