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폼, 재활용의 미학] 리폼의 경제학 실속파의 선택

동아쇼핑 구두 리폼 전문기술자인 윤이수 씨가 헌 구두를 수리해서 새 구두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리폼은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안겨다 준다. 좋은 원단의 소재나 명품 구두 등 버리기에는 아까운 고가의 의류'신발류를 자신의 치수에 맞도록 고치거나, 아니면 아예 새로운 스타일의 옷이나 구두로 대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대대적인 리폼을 시도할 경우 아예 전혀 다른 색깔과 디자인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100만원짜리 고가의 코트나 바바리 같은 경우 버리려면 얼마나 아깝겠는가. 이럴 경우 단돈 몇만원만 들여도 리폼의 경제학이 완성된다. 고가의 옷이나 구두는 수십만원짜리 새것을 산 만큼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리폼의 경제학은 불경기일수록 더 빛난다. 리폼 비용으로만 한 달에 평균 10만원 정도를 쓰는 한 여성 회사원은 "리폼만 잘 해도, 연간 새 옷이나 핸드백, 구두 등 구입할 비용을 100만∼200만원가량 아낄 수 있다"고 털어놨다.

◆30년 경력, 정재교 씨가 말하는 리폼

옷 수선 경력만 30년을 자랑하는 동아쇼핑 고급의류 수선전문점의 정재교 수선사는 리폼의 경제학을 몸소 체험하며, 찾아오는 고객들마다 리폼의 이점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단돈 몇만원으로 버려질 처지에 놓인 100만원대 고가의 옷을 새 옷처럼 만들어준다. 고객 입장에서는 차마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장롱 속에 처박아두었던 옷을 다시 멋들어지게 입을 수 있게 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정 수선사가 말하는 올해의 리폼 트렌드는 롱 코트를 쇼트 코트로 만들고, 정장'캐주얼'모피류는 허리나 통, 기장을 한 치수 줄여서 몸에 딱 맞게 입는 추세다. 통이나 품은 박스형에서 슬림한 형태의 옷으로 변신을 주로 시도한다. 그는 리폼의 달인답게 도저히 고칠 수 없거나, 리폼을 해도 태가 나지 않을 경우에는 차라리 리폼을 하지 말라고 권하기도 한다.

"물론 리폼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입니다. 아주 좋은 소재의 희소성 있는 옷들은 20만∼30만원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선 기간도 1주일에서 열흘까지 걸립니다. 하지만 대부분 리폼의 경우 수만원대의 수선비로 요즘 트렌드에 딱 맞도록 새 옷처럼 재탄생합니다. 좋은 소재의 아끼는 옷이나, 선물받은 고가의 옷 등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리폼을 해보세요. 멋들어지게 바꿔줍니다. 주저 없이 리폼의 마법을 빌리세요."

◆검은 구두가 빨간 구두로 변신

동아쇼핑에는 '미스터 스피드'라 불리는 구두 수선 경력 25년의 윤이수(46) 씨가 있다. 구두 리폼 단골손님만 300명이 넘을 정도다. 그의 수선 솜씨는 워낙 빨라서 웬만해선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앉은 자리에서 초스피드로 수선을 해주고, 즉시 결제한 후 바로 가져가도록 해준다. 기자의 구두 실밥이 터진 것도 좀 고쳐달라고 하자, 2분 만에 수선을 완성했다.

구두 리폼 고급기술의 경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다른 매장에 가서 물건을 구경하고, 식사를 하고 오면 헌 구두는 새 구두로 태어난다. 전창갈이의 경우 가격도 비쌀뿐더러 시간도 좀 더 걸린다. 피갈이도 한다. 구두 색깔 자체가 아예 변해버린다. 검은 구두가 순식간에 빨간 구두로 변할 수 있다. 구두피 색깔도 본인이 원하는 색으로 정하면 된다. 신발을 앞뒤, 좌우로 늘릴 수도 있다. 신발 늘림도 이를 위한 특수한 도구가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수선을 할 수 있다.

구두 리폼 전문기술자 윤 씨는 "20년 넘게 신은 명품 구두를 가져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굽갈이, 지퍼갈이, 염색, 피갈이 등 여러 종류의 리폼을 동시에 해서 새롭게 태어난 구두를 만들어주면 감동하며, 수선비와 더불어 음료수나 작은 선물을 사다주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특이한 리폼 실속파 고객들도 더러 있다. 이들은 계절이 바뀔 때쯤이면 신발 10∼20켤레를 한꺼번에 가져와서 리폼을 맡긴다. 이럴 경우 신발의 상태에 따라서 어떤 신발은 굽갈이, 어떤 신발은 깔창갈이 등 다양한 수선을 하며, 한꺼번에 여러 켤레를 하는 만큼 다소의 가격 할인도 해준다.

사진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