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 현장기록 112] 차례차례 질서정연 선진 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구 수성경찰서 만촌지구대 순찰요원으로 근무 중인 경위 제민정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스스로 경찰이라는 본연의 직업에 대해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국민들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구대'라는 명칭 아래 일하는 경찰관은 과연 어떤 일을 할까요?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112신고 사건 처리, 교통단속, 각종 범죄 단속과 같은 일부터 길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것까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국민들이 경찰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제일 먼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현장 경찰관입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국민들이 법령에 대해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 만큼의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현장업무지식을 요구하는 경찰관이기도 하지요.

필자는 대로변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려는 30대 남성을 구조한 적도 있으며, 길을 잃은 미아를 신속하게 찾아서 보호자에게 인계하기도 합니다. 또한, 위험에 처해있는 약자를 구조하는 등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반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행위 등 각종 고의적이고 위반행위가 중한 위반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교통근무를 하다 보면 다른 차량들이 좌회전 신호 대기 정차 중인데 직진 차로로 운행, 좌회전 차로에 진입하려고 횡단보도에 걸쳐 들어오는 끼어들기 얌체 차량이나, 유턴지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란색 실선에서 차량을 돌리며 중앙선을 침범하는 차량, '이제 그만 정지하세요'라는 황색 불의 예고등이 들어온 후 적색 불로 바뀌는데 차량 통과를 위해 전력질주하는 차량, 네거리 교차로에서 이어지는 꼬리 물기 차량 등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며 정체를 유발하는 운전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순찰차량을 운전하면서 '도로교통 전문가들이 설계했을 법한 도로 및 신호체계가 왜 차량을 수용하지 못하는 걸까?' '과연 통행 차량이 조금만 양보하고 교통법규를 제대로 준수한다면 이렇게까지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할까?'라는 원시적인 의문이 생길 때도 많습니다.

단속현장에서 위반 운전자와 마주할 때는 저 역시 사람인지라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어떤 분은 위반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며 단속에 협조하는 반면 또 어떤 분들은 '국가 세금이 많이 부족한가 봐요. 뭐 이런 걸로 단속하나요?' '돈 많이 버세요'라는 식으로 비협조적인 언동을 하는 운전자도 있습니다. 교통법규 위반이 중대범죄는 아니지만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다른 운전자에게 불쾌감을 주고 피해를 끼칠 수 있으며 경찰관이 인지한 이상 위반차량을 넘겨버리고 단속하지 않는다면 교통법규를 지키는 운전자는 천천히 가야 하고, 위반하는 운전자는 빨리 갈 수 있는 이상한 법칙의 교통체계가 형성되리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출'퇴근 시간 특정장소에서 신호를 지키지 않고 끼어들기 얌체 차량이 너무 많다며 단속 좀 해달라는 같은 장소를 운행하는 운전자의 민원도 적지 않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경찰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나와있습니다.

1.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2.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3. 경비, 주요 인사 경호 및 대간첩 작전수행 4.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5. 교통 단속과 교통위해의 방지 6. 외국 정부기관 및 국제기구와의 국제협력 7. 그 밖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경찰은 국민이 존재 이유입니다. 국민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약속드립니다. 대한민국 경찰인 저는 이 글을 쓰는 계기로 경찰의 직무를 다시 한 번 되뇌어보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고 어린 시절 우리가 배웠었던 차례차례 질서를 지키는 데 동참하여 깨끗한 거리, 질서 정연한 선진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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