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고 57회 세 친구 얄궃은 '동구 大戰'

대구판 '배신의 정치' 40년 우정까지 갈라 놓나

대구의 총선판이 참 얄궂다. 특히 동구의 총선 판도는 가혹하기까지 하다. 정종섭(59) 행정자치부 장관이 대구 동갑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곳 현역 국회의원인 류성걸(59) 의원, 동을의 유승민(59) 의원과 운명적인 대결을 펼쳐야만 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 장관과 현역 두 국회의원은 경북고 57회 동기다.

정 장관은 아직 대구 동갑 출마를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각과 정 장관 주변에서는 동갑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본인도 동갑 출마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정 장관이 출마를 공식화하면 동기생 3명이 '동구 혈투'를 벌여야만 하는 기막힌 상황이 전개된다. 정 장관의 출마는 류성걸 의원과의 생존 대결에다 '배신의 정치 심판'을 요구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돼 유 의원에게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장관과 류 의원의 관계를 보면 정치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지난 19대 총선 때 정 장관은 새누리당의 공천심사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지내면서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류 의원을 비롯한 일부 후보들의 공천에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지난 총선 때 친박(親朴)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류 의원을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박에 가까운 현역 국회의원이 정 장관의 출마로 '친박'(親朴) 후보의 공격을 받게 된 셈이다. 서울대 교수이자 헌법학자였던 정 장관과 두 국회의원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였다.

류성걸 의원은 18일 "(정종섭 장관의 동갑 출마설에 대해) 아직 확인된 사항은 없다. 본인이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단지 언론에서 언급하는 것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 누가 나오든 간에 그동안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고, 앞으로 남은 기간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사의 표명을 한 정 장관은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국회 답변에서 '청와대 출마 지시'를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장관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밝혀 친박 주자임을 자임하고 있다.

정 장관이 고향인 경주 대신 동갑으로 출마 방향을 선회한 데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구에 친박 대표주자로 내세울 만한 상징인물이 마뜩잖은 상황에서 정 장관에게 총대를 메게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장관이 출마를 공식화하는 경우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대구 친박 주자들의 구심점으로, 또 친박 바람몰이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정 장관이 이 임무를 부여받을 경우 유승민 의원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동구(정종섭)발 물갈이론'을 차단해야 하는 상징 인물로 나서야 할 운명이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 측은 "누구든 출마는 자유다. 현역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한 후보를 선택하든, 특정 후보를 통해 바람몰이를 하든 유권자들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공정하고도 당당히 뛸 뿐이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