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불만을 토로하면서 다소 신경질을 냈다.
전'현 청와대 참모와 국무위원 일부가 내년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문제 삼았다. 요지는 그 기사로 인해 '우리(청와대)가 대구에 후보를 심어 인위적인 물갈이를 시도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기사에 언급된 '행정관'에 특히 주목했다. 장관과 수석을 포함한 비서관과 함께 왜 하필 행정관까지 거론했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우리가 마치 장관부터 행정관까지 (출마를 위해) 뽑아서 보내는 것으로 비쳐 욕을 얻어먹고 있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청와대 참모 등이 출마하려는 지역이 유독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나오려는 곳은 대구 12개 지역구 가운데 동갑, 북갑, 서구, 달성, 달서병 등 벌써 5곳이나 된다.
청와대도 인위적인 물갈이설이나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퍼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겉으로는 민생, 경제살리기, 구조개혁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내 세력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의 불만 속에서 '청와대 차출'에 대한 다른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장관과 수석을 포함한 비서관까지는 상관없지만, 격(?)이 떨어지는 행정관까지 언급한 것에 불만의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다. 비서관 이상은 차출로 비쳐도 상관없지만, 행정관까지 언급한 것은 너무하지 않으냐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대구 현역 국회의원을 무조건 감싸거나 두둔할 생각은 없다. 능력이 없거나 자질이 떨어지는데, 더 나은 인물이 있다면 물갈이는 언제든지 필요하다. 다만, 지역과 국가 발전에 대한 비전이나 능력 없이 현 정부에 몸담았다는 전력 하나로 출마 명분을 삼는 것은 지역민을 지나치게 우롱하는 행태다.
박심만을 외치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현 정부의 청와대 전직 참모 등 2명이 서로 '진박'(眞朴)을 외치며 같은 지역구 출마 의향을 내비치기도 하는 양상이다.
대구경북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으면 바로 당선된다는 점을 빗댄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등식이 '청와대 근무만 하면 당선'이라는 등식으로까지 확대될까 우려스럽다. 박심이 반영됐든, 아니면 박심을 빙자하든 중요치 않다. 문제는 박심이 아니라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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