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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의 시와함께] 존재의 서글픈 ―최승자를 위하여-최정례(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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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뭐라고 번역해야 좋을까

You are living for nothing.

당신은 뭔가를 위해 사는 게 아니네,

당신은 헛것을 위해 사네,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는 당신,

그러니까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사네 (……)

존재의 서글픔은 어느 틈으로든 새어 나오네

밤새도록

수도꼭지에서 물방울 떨어져 내리듯이(……)

이곳은 비가 내리고 노래가 슬프고

아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네(……)

가버린 자의 머리카락 한 줌

사막의 모래 한 삽

다 알고 있던 얘기지만

상투적인, 허무한 갈고리(……)

(부분. 『개천은 용의 홈타운』. 창비. 2015)

'nothing'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삶이라는 것. 그러니까 'nothing'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되 외면당한, 외면해도 되는 어떤 것이다. 그러나 그 중요함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한 것일까? 차라리 'nothing'은 접혀서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4퍼센트의 우주 외에 96퍼센트의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우주처럼 세상을, 우리의 삶을 쉽게 'nothing'이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을까? 너무 자책하거나 서글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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