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 신문은 대만 총통에 당선된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을 두고 '재벌가 네 번째 첩 딸에서 승부사로…'라는 제목을 뽑았다. 자극적이고 유치한 제목이다. 독자의 눈길만 끌려는 얄팍한 황색저널리즘의 전형이다. 더욱이 '네 번째 첩 딸'이라는 말은 정확하지도 않다.
이 사실을 보도한 대만 주간지 '상업주간'에 따르면 차이 당선인의 아버지는 4명의 부인 사이에 11명의 자녀를 뒀다고 했다. 한 대만 저술가가 차이 당선인의 어머니는 다섯 번째 부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가족들이 확인해주지 않았다. 어쨌든 차이 당선인의 아버지는 한 집에 여러 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산, 전형적인 중화권 부호였다.
차이 당선인은 나서기 싫어하고 수줍어하는 성격을 가졌다. "나는 길을 갈 때도 남들 눈에 안 띄려고 벽에 바싹 붙어다녔다"고 했다. 대만 언론은 이런 성품은 첩으로 산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어릴 때 가출을 결심할 정도로 반항했다고 하니 엄청난 콤플렉스 속에 성장한 것이 틀림없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2010년 펴낸 자서전에서 자신이 서자였음을 털어놨다. '내 출생과 어머니에 관해 많은 공격과 시달림을 받았지만 침묵했다. 평생 작은댁으로 사신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 드리고 싶었다.' 일생동안 자신을 속박한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DJ 자서전이 미화와 왜곡 일변도인 다른 정치인의 자서전과는 달리, 어느 정도 진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모양이다.
경상도에 살다 보니 아직도 유명인사 가운데 누구누구는 '첩의 자식'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한 유명 정치인의 사례가 기억난다.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돼 문중 제사에 갔다. 평생 첩의 자식으로 설움을 받았기에 문중과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문중 어른들이 제사에 참여시켜 주지 않았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그는 다시는 문중과 집안을 찾지 않았다. 어찌 보면 슬픈 얘기다.
출생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요즘 시대에 '적서 타령' '양반 타령'을 하는 분들이 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서자들이 불우한 환경을 이기기 위해 자신을 계발하고 단련해 성공적인 삶을 산 사례가 훨씬 많다. 차이 당선인은 콤플렉스를 딛고 자신의 삶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한 분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