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희귀병 투병 중인 임진희 양

"학교보다 투병생활 긴 아이, 마음 너무 아파"

네 살 때부터 호산구증가증을 앓는 임진희 양의 부모님은 최근 천문학적인 수술비, 치료비 걱정이 크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네 살 때부터 호산구증가증을 앓는 임진희 양의 부모님은 최근 천문학적인 수술비, 치료비 걱정이 크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한창 학업에 여념 없을 나이에 병원 중환자실과 입원실을 집처럼 드나드는 임진희(가명'15) 양. 진희는 10년 넘게 희귀병인 호산구증가증 투병 중이다. 나이로는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지만 키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인 135㎝에 불과하다. 희귀병 진단을 받고 나서부터 진희의 부모님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어릴 때부터 면역억제제에 의존하다 보니 천식, 폐렴 등 후유증이 점점 늘어났다. 약을 먹은 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작을 일으키고 실신해 구급차를 타는 일도 허다하다. "학교보다 병원 기억이 더 긴 아이를 보면 엄마로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 투병 생활을 제가 대신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아이의 병을 떠안았을 거예요."

◆어린 시절 발병한 희귀병

진희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작은 구멍을 갖고 태어났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차례 수술만 하면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어 부모님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또 또래 아이들보다 성격이 밝고 똑똑하기까지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부부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학부모였다. 하지만 어린 딸이 희귀 난치병 진단을 받으면서 부부의 삶은 달라졌다.

진희가 네 살 때의 일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아이의 온몸에 발진이 생겼고 팔다리,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응급실에선 증세가 심상치 않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호산구증가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몸속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호산구 수치가 높아지면서 신체를 공격하는 난치병이다. 별다른 치료법은 없고 스테로이드 등 면역억제제로 신체 후유증만 없애는 게 전부란 말에 엄마, 아빠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가정주부였던 저와 평범한 회사원인 아빠가 그때부터 이름난 병원과 몸에 좋은 음식을 공부하는 게 일상이 됐어요.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매학기 수업 일수도 아슬아슬하게 채우곤 했어요."

엄마, 아빠의 간절한 바람에도 진희의 병세는 악화되기만 했다.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으로 갑자기 온몸에 알레르기가 생겨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이 잦아졌다. 수시로 경련을 일으키는가 하면 최근에는 천식, 폐동맥고혈압까지 생겨 중환자실에 누워 일주일 이상씩 의식을 못 차린 적도 있었다.

"퇴근한 아빠와 밤낮 교대로 병원에 있는 진희, 집에 있는 어린 동생을 돌보는 생활을 계속했어요. 한고비를 넘길 때마다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천문학적인 수술비에 낙담

진희의 부모님은 최근 한 줄기 희망적인 소식을 접했다. 진희와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공여자가 기적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치료비 지원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엄마, 아빠는 또 한 번 절망했다. 검사, 수술비로 한 번에 4천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비용을 부부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암세포 발견 여부에 따라 치료비 지원이 결정된다고 해요. 진희의 경우 증상은 백혈병과 유사하지만,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었어요."

대구의 평범한 한 회사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진희 아빠의 월급은 약 180만원. 그동안 진희네 가족은 양가 식구들로부터 십시일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투병 생활이 10년 이상으로 길어지고 최근에는 가까운 친척들도 하나둘 큰 수술을 받으면서 더는 손을 벌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진희가 자주 정신을 잃어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하거나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는 때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한 달 병원비로만 1천만원이 넘는 금액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홑벌이 진희 아빠의 월급으로 병원비는 물론 네 가족의 생활도 버거운 상황이다.

"본인이 가장 힘들고 아팠을 텐데 오히려 엄마, 아빠를 위로해주는 딸이 너무 대견해요. 얼마 남지 않았을 투병 생활도 온 가족이 힘을 모아 꼭 이겨낼 거예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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