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를 실현하자

2015년의 마지막 날, 두 차례나 미뤄졌던 고등교육법 개정안, 속칭 '강사법'이 또다시 2년간 유예되었다. 강사법은 무엇인가? 2010년 5월 조선대학교 서정민 강사가 정규직 교수와 비정규직 교수의 대학 내 차별과 부조리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를 계기로 이명박정부는 강사의 법적 교원 지위 보장과 처우 개선에 관한 법안을 발의한다. 이것이 바로 2012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강사법'이다. 하지만, 알맹이는 쏙 빠진 채 강사에 대한 실질적 처우 개선은 없고, 강사들의 대량해고만을 초래한다는 반발 속에 유예를 거듭하고 있다.

'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 없는 반쪽짜리 강사법'의 유예는 곧 대학 시간강사들에게 진행 중인 '차별대우' '고용불안' '해고'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강사법이 유예되고 대체법안 마련이 공회전하는 동안 이미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는 다양한 명칭의 비정년 트랙 비정규직 교수를 대량 채용하였고, 정규직 교수의 수업 시수도 대폭 증가시켰다. 교원 확보율과 대학구조개혁 평가점수를 높일 수 있고 비용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비정규직 교수 명칭이 56개가 넘을 정도이다. 실제로 사립대에서는 이미 강사들의 대량해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강사법 유예 법안에는 올 상반기에 정부·대학·교수·비정규직 교수의 대표가 합의한 개정안을 8월에 교육부가 국회에 보고하라는 부대 의견이 달려 있다. 이 합의개정안을 교육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각 학교마다 학교, 교수, 강사가 참여하는 시간강사대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구경북 거점국립대학인 경북대에도 교수, 부교수, 조교수로 불리는 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 강의초빙교수 등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교수가 있다. 교원 중 60%가 비정규직 교수인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비정규직 교수가 강의를 담당하는 비율이 전체 강의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의 개선과 비정규직 교수의 권익을 위하여 경북대 비정규직 교수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매년 학교와 단체임금교섭을 진행한다. 경북대본부 측은 언제나 '경영상의 이유로 요구 조건 수용이 불가하다'는 등 일관된 답변을 거듭한다.

2015년 교수신문 자료에 따르면 경북대 정규직 교수의 평균연봉은 9천800만원이 넘지만, 경북대 강사들의 평균연봉은 7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맥도날드 알바보다 못한 비정규직 교수는 건강보험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데도 대학은 전국대학교수테니스대회를 준비한다는 명분으로 테니스장을 수리하는 비용에 12억원이나 사용하고 있다. 헬조선의 신분사회가 경북대에서 실현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지금 경북대비정규직교수노조는 새해 벽두부터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대학기구 참여와 단체협상에 명시된 강의 개설 신청권을 보장하라는 피켓과 함께 본관 로비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한겨울의 추위에 농성장을 지키며 비정규직은 몸으로라도 때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무자비한 실상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시간강사는 교수들의 과거이고, 제자들의 미래이다. 교수는 과거의 시간강사이고, 학생은 미래의 시간강사이다"는 어떤 이의 말처럼, 학문 후속 세대들의 미래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힘든 상황이라면 과연 어떤 스승이 제자에게 "학문하라"고 당당히 권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그동안 방관자이면서 책임회피자였던 정규직 교수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 교수를 방패막이로 삼지 말고 따뜻한 손을 내미는 연대가 필요하다. 경북대가 먼저 대학본부, 교수, 강사가 참여하는 시간강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안을 마련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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