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의당, 국민연금이 총선용 쌈짓돈인가

국민의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창당 1호 법안으로,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지어 만 35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내용의 '컴백홈(comeback-home)법'(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키로 한 것이다. 청년들에게는 솔깃하게 들리겠지만 헐어서는 안 될 돈을 헐어 퍼주려는 것이란 점에서 '총선 포퓰리즘'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2천156만 명의 노후 자금이다. 우리나라는 복지 선진국에 비해 노후복지제도가 부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자들이 기댈 수 있는 수입원은 국민연금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2060년쯤이면 연금기금이 소진된다는 점이다. 연금기금을 잘못 관리하면 그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연금기금의 운용은 매우 안정적이고 보수적이어야 한다.

컴백홈법은 이런 문제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국민의당은 이 법의 목적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하지만 그 투자는 국민연금에 도움이 되거나 최소한 피해는 주지 않는 한에서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컴백홈법이 타당성을 얻으려면 국민연금의 수익을 높여줄 것인지 아니면 까먹을 것인지부터 점검을 받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주인이 가입자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청년주택 사업에 활용하려면 먼저 가입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가입자 동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국민연금은 그렇게 멋대로 쓰라고 쌓아둔 돈이 아니다.

국민연금에 군침을 흘리기는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국민연금 기금 10조원을 활용해 다세대'다가구 주택 5만 가구를 매입해 청년 15만 명에게 공급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 노림수는 뻔하다. 국민의당처럼 총선에서 청년층 공략으로 재미를 보겠다는 것이다.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층에 대한 지원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 수단이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헐어 그렇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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