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사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우선

지난해 3월, 한 일간지에 '주한미군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보지를 대구로 잠정 결정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당시 기사엔 진행 과정과 규모, 일정, 후보지까지 비교적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술렁였지만 대구시의 '국방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 발표로 일단락됐다.

그리고 올 2월, 다시 사드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점은 이번엔 아주 신속하고 단호하며 강력하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사드 배치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것은 내용이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군과 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요 며칠 언론에 계속 보도되고 있는 후보지, 부대 규모, 도입 시기(2017년) 등 추진 내용들이 1년 전 보도된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이쯤 되면 협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 거짓이거나 언론사의 소설에 가까운 추측 보도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거나 둘 중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응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또 있다.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호와 사드의 연관성이다. 정부는 북한의 광명성호 발사를 계기로 사드 논의를 공론화했지만 광명성호와 사드를 연관시키려는 게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로켓)은 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인데 사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방어용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환할 경우 사거리가 5천500~1만2천㎞에 달하지만 사드는 1천㎞ 이하의 단거리나 1천~3천㎞의 준중거리 미사일 요격용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주 높게 쏘아 올려 짧은 거리에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설명이 많이 복잡해진다. 차라리 광명성호니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니 하는 언급 대신 단순하게 핵을 미사일에 탑재한 경우에 대비하거나 미사일을 최대한 높은 고도(고고도)에서 요격하기 위해, 또 탄도미사일 발사를 미리 탐지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게 낫다. 광명성호 발사를 계기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려니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한반도를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반도 안보와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면 사드 배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협의한 적이 없다'고 해놓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되자마자 사드 배치를 일사천리로 추진하는 모습이 너무 어설프고 혼란스럽다. 한반도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남북의 대결 양상을 넘어 중국과의 경제'외교적 관계 단절 및 북'중'러와 한'미'일의 신냉전 시대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불안한 정국일수록 정부가 국민에게 줘야 할 것은 혼란이 아니라 믿음이다. 그 믿음이 흔들리면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 물론 중국 등 주변국과의 민감한 관계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황 판단이 제대로 안 된 상태의 국민들을 놓고 정신없이 몰고 가기 식으로 중차대한 일을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다. 사드 배치에 따른 문제점과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사드 배치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현재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자치단체들과 먼저 장단점을 내놓고 진솔된 협의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해당 자치단체와 그 지역민들의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주한미군과의 사드 배치 추진에 앞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충분한 설명과 함께 해당 자치단체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배치하든 안 하든 사드도 국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건 국민의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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