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위험한 외교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국내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사드의 감시 범위 안에 영토 일부가 포함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반발해 남한에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해질 수 있다.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 결정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조치를 취하자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로 맞대응하고 나서 나온 조치였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당하게 됐다고 호소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에 자극받은 중국이 남한에 경제 제재를 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으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중국은 남한 수출 비중의 26%, 수입 비중의 20.7%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은 2012년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분쟁의 상대국인 일본에 희소 자원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전례가 있다.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는 단호한 면이 있지만, 지혜롭다고 볼 수는 없다. 국제사회에서 미국만큼 영향력이 커진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 결정도 신중한 검토 없이 감정적, 즉흥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많으며 남북 간 연결 고리를 끊었다는 점에서 잘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태가 왜 이렇게 흘러가게 된 것일까. 청와대와 국방부의 안보 진용에 강경론자가 많기 때문일까. 외교부에 미국통이 많아서 미국에 경도돼 가는 것일까. 외교부가 별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안보-외교 진용의 머리 좋은 참모들이 대통령에 제대로 조언을 하긴 한 것일까. 아니면 대면보고가 적어 대통령과 참모들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게 비치는 현 정부에서 대통령의 결정에 이렇다 할 진언조차 하지 못한 것일까.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기 어렵다.

미국의 사드 배치 방침에 끌려가는 듯한 양상도 국가적 자존심을 해치는 일이다.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는 맞을지 몰라도 우리로서는 낭패스러운 일이다. 한·일 간의 석연치 않은 '위안부 문제 해결 합의' 역시 우리의 역사 문제를 고려치 않고 일본을 방위전략에 활용하려는 미국의 입김에 휘둘린 측면이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현 상황에 대해 '신냉전 형성' '외교 파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헝클어진 국면을 바로잡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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