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전통시장, 지역경제 중심 돼야

지난달 12일 대구전통시장진흥센터 개소식이 동구청 건너편 건물 2층에서 열렸다. 전통시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역 맞춤형 시장 활성화 전문기관이 전국 최초로 설립된 것이다. 시장 상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자랑스러워하는 일이고 우리나라 전통시장 역사상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정부가 2002년 이후 3조원 이상의 예산을 전통시장에 투입한 것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지원금에 비해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 '국민의 세금을 특정 직종에 집중 지원해도 되는가?' 등의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막대한 예산 지원이 제 가치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전통시장 지원 사업들이 지나치게 하드웨어 위주로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활성화 노력들이 단발적·단편적·획일적으로 실시되었으며, 또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구 지역 전통시장을 살펴보면, C등급 이하의 시장 비율과 빈 점포 비율이 각각 75.7%, 17.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뿐만 아니라 영세한 시장들(소형시장 67.9%, 근린생활형시장 77.4%)이 많고, 인구 대비 전통시장 수도 많은 편이다. 인구 10만 명당 전통시장 수가 전국 평균 2.8개인 데 비해 대구는 5.5개나 된다. 더욱이 대구 전통시장의 57.2%(79개 시장)가 반경 500m 내 대형 점포와 경쟁하고 있으며, 또 대형마트와 같은 새로운 유통 업태들이 대부분의 지역 상권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 상인들이 많은 고충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할 때 이번 대구전통시장진흥센터의 개설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이제 대구전통시장진흥센터가 앞장서서 중·장기 시장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통합 상권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시장 관련 사업들을 보다 효율적·합리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또 이러한 종합 계획하에 거점시장 및 선도시장 육성, 기능 상실 시장의 재활 및 기능 전환 모델시장 개발, 통합관리에 의한 영세시장 경쟁력 강화, 예비 특화시장 육성, 상인 역량 강화 등의 사업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본 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시장 사업(지원 예산)의 효율성·투명성·연속성 제고, 시장 활성화 이해자 집단 간의 신뢰성·공정성 향상, 철저한 사후 관리로 인한 사업 성과 증대, 그리고 정부 시장 활성화 공모사업에의 적극적 참여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오랫동안 전통시장 연구를 해 온 필자에게는 2가지 바람이 있다. 그중 하나는 서문시장의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사업이 잘 이루어져 2018년 이후 서문시장이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처럼 그야말로 세계적인 명품시장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것이다. 덧붙여 현재 교동시장, 대명시장, 동서시장, 서남신시장, 동구시장에서 추진 중인 골목형 시장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다른 하나는 본 센터가 대구 전통시장 활성화에 괄목할 만한 효과를 거두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많은 이들의 희망과 기대를 실은 대구전통시장진흥센터가 시장 활성화를 향해 힘차게 출발하였다. 필자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또 대구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센터 내 전문가들의 열정과 노력은 물론, 지역 상인들의 강한 시장 활성화 의지와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다. 이것이 대구 전통시장 활성화의 전제사항이며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시장이 지역 경제 생태계의 중심이면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그날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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