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쯤 대구 중구 롯데영플라자 앞 도로. 과속으로 마구 달리던 오토바이 한 대가 붉은색 신호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앙네거리에서 2'28공원 방향으로 좌회전하고 있었다. 보행자 신호가 켜진 횡단보도에 가까워지는데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순간 맞은편에서 경찰관 한 명이 도로 한가운데로 쏜살같이 뛰어들더니 달리는 오토바이를 잡아 세운 뒤 재빨리 키를 뽑아버렸다. 순식간에 발이 묶인 10대 운전자는 경찰관이 신호 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는 것을 뻔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구 중부경찰서 삼덕지구대 소속 황성진(40) 경사는 난폭운전을 서슴지 않는 오토바이족들에게는 '저승사자'로 통한다. 지난해에만 800여 대의 오토바이가 황 경사의 단속망에 걸렸다.
황 경사는 2013년 중앙파출소에 근무하면서부터 난폭운전을 하는 오토바이 단속에 집중했다. 중앙네거리와 반월당역 사이의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대의 오토바이가 난폭운전을 하며 시민의 안전을 위협했다. 황 경사는 "제한속도가 30㎞인 도로를 60㎞ 이상으로 달리는 오토바이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보행자가 오토바이에 부딪혀 차량 밑에 깔리는 사고도 있었다"고 했다.
난폭운전 오토바이를 잡기는 쉽지 않다. 일반 차량과 달리 오토바이는 단속을 보란 듯이 따돌리며 달아나는 게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호루라기를 불며 잡아 세우려 해도 잽싸게 빠져나가는 오토바이가 많아 맨몸으로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 악착같이 단속에 나서다 보니 위험한 순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10월 공평네거리 횡단보도에서 번호판 없이 달리는 오토바이를 잡으려 앞을 막아섰다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는 바람에 밀려나면서 골반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황 경사는 "달아나려는 오토바이는 흉기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놓쳐선 안 되니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겁니다. 저뿐만 아니라 경찰관들 모두 위험을 감수하고 일합니다"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황 경사의 다리 곳곳에는 오토바이 단속을 하다 입은 생채기가 남아 있다. 지금도 쉬는 날이면 병원을 찾아 부상을 당한 골반을 치료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황 경사의 노력 덕분에 이제 중앙대로 일대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알아서 안전모를 착용하고 다닌다. 황 경사는 "무조건 단속하는 게 아니라 위험하게 운전하는 10대 운전자들과 그에 불안함을 느끼는 보행자들의 안전이 걱정돼 단속하는 것이니 부디 도망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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