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영천 북안면 도천리 포도밭. 작은 굴착기가 포도나무 뿌리를 걷어 올려 털어내고 있었다. 포도밭 구석에서는 주인 A(83) 씨가 안타깝게 밭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도농사를 포기하기로 결심한 A씨는 2천200㎡ 규모 포도밭에서 캠밸얼리 품종으로 25년간 농사를 지어왔다. 통상 1년에 600만∼7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나왔지만 지난 2년간은 300만∼400만원에 불과했다.
A씨는 올해 농사를 짓지 않고 내년엔 다른 사람에게 빈 밭을 빌려줄 생각이다. 빈 밭을 빌려줄 경우 3.3㎡당 1천∼1천500원 정도 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A씨의 수입은 연간 100만원 정도로 추락한다.
한'미 및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수입산 포도가 넘쳐나면서 포도농가들이 눈물을 머금고 밭을 갈아엎고 있다. 국내 최대 포도 산지인 영천 포도농가 중 5분의 1 가까이가 지난해 폐농을 선언했다. 국내산 포도가 전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영천에서는 지난해 포도농가 836호의 폐업이 확정됐다. 영천 전체 포도농가 5천103호의 16%나 된다. 포도 폐업 면적도 288㏊로 전체 면적 2천328㏊의 12%에 해당한다. 포도 폐업지원금은 노지포도는 ㎡당 5천897원, 시설포도는 ㎡당 8천741원이다. 지난해 영천의 포도 폐업지원금은 175억원에 이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 '2015년도 포도 폐업지원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노지포도농가 3천702호(1천406㏊)와 시설포도농가 681호(269㏊)가 각각 폐업지원을 신청했다. 전체 포도농가(3만4천여 호)의 12.6%가 포도농사를 포기한 셈이다. 국내 포도 폐업지원 신청 면적은 전체 재배 면적(1만5천여㏊)의 11%다.
영천 화남에서 7천㎡ 규모의 포도농사를 짓는 정대식(63) 골벌포도작목반장은 "대부분 포도농가들이 나이가 많아도 가격만 좋으면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는데 경제성 하락으로 이제 농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포도 가격은 지난 2년간 폭락했다. 영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8월 31일을 기준으로 거래된 포도 평균가격은 5㎏당 2012년 9천200원, 2013년 1만400원, 2014년 6천300원, 2015년 6천700원 등이다. 지난 2년간 포도 가격이 2012년, 2013년보다 평균 27∼35% 낮게 형성됐다.
수입 포도가 영천 등 국내 포도밭에 치명타를 날렸다. 2000∼2014년 포도 수입량은 8천t에서 5만9천t으로 6.5배나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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