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도청 하소연…"건물만 좋아, 다른 건 아무것도 없어"

출퇴근족들 벌써 파김치, 이사족 "편의시설 태부족 생수사러 안동까지 가야"

경북도청 직원들. 넓은 사무실과 깨끗한 공간 등 업무 환경은 나아졌지만 출퇴근과 기본적인 의식주에 불편을 겪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청 직원들. 넓은 사무실과 깨끗한 공간 등 업무 환경은 나아졌지만 출퇴근과 기본적인 의식주에 불편을 겪고 있다. 경북도 제공

#고등학생 아들을 둔 경북도청 여직원 A씨는 대구에서 안동'예천까지 통근한다. 22일 신청사에서 첫 업무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사흘째인데, A씨의 체력은 바닥이 났다. 대구에서 신청사로 운행하는 통근버스 출발 시간은 오전 6시 40분. 출발 시간에 맞추느라 평소보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일어난다. 퇴근 상황 역시 마찬가지. 오후 6시 30분 신청사에서 대구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8시가 훌쩍 넘어 집에 도착한다. A씨는 "씻고 자기 바쁘다"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는 도청 직원 B씨는 '얹혀산다'. 신청사 주변에 집을 구한 다른 직원에 빌붙어 있다. 신청사가 자리 잡기까지 당분간 두 집 살림을 계획하고 있는 도청 직원들은 신청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공무원 임대아파트를 가장 선호한다. 특히 원룸형(296실) 인기가 높은 반면 가족형(349가구)은 아직 빈집이 많다. B씨는 "경쟁률이 높은 원룸형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직원들이 가족형에 혼자 사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빌붙어 눈칫밥을 먹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대구 산격동에서 안동'예천 신청사로 이전한 경북도청 직원들이 고단한 삶에 지치고 있다. 맞벌이나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대구에서 출퇴근하거나 '나 홀로' 이주한 직원들은 신청사 정주 여건이 턱없이 부족해 "기본적인 생활도 안 된다"는 하소연을 내놓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대구에서 신청사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은 5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경북도는 출퇴근 직원들을 위해 22일부터 10개 노선, 16대의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통근버스 인원은 300~400명으로, 나머지 인원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추산한다"며 "한 달간 모니터링을 통해 통근버스 숫자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녀 교육이나 노부모 봉양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통근버스를 타야 하는 직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이 늦어지는 날이나 당직이 겹치면 밤 9시에 출발하는 통근버스를 타야 하는 날도 있다. 직원들은 "고단한 몸을 가누기도 벅차다. 여가가 전혀 없는 삶을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신청사 주변에 사는 직원들 경우, 출퇴근은 편리하지만 생활 편의 시설이 전무해 답답해하고 있다. 직원 D씨는 "간단한 생필품을 살 수 있는 편의점조차 없다. 생수 하나 사려고 해도 살 데가 없다"며 "이것저것 생각날 때마다 안동 시내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신청사 주변엔 마땅한 식당조차 없다. 밖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차를 타고 수㎞ 떨어진 예천읍이나 안동 풍천면까지 나가야 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신청사 이전 초기라 불편한 측면이 있지만 조만간 생활환경과 편의 시설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